[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있어, 은행별 주담대 금리 추이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지난 20일 금융당국이 직접 작성한 Q&A 중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에도 갑작스럽게 '향후 가계부채 관리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은행권의 금리 인상에 대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급증하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금리인상 하는 식의 영업 행태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손쉽게 돈벌이해 이익을 늘리려 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초 정부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이어졌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갈아타기, 대환대출 수요 등을 감안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하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달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은행권은 대환대출을 포함해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정부가 불과 반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주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경쟁이 금리 인상 경쟁으로 뒤바뀌는 역설적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주문은 은행들에게는 주담대 금리 인상의 시그널이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을 비판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를 두고 '관치 금리의 역습'이라는 말이 통용한다. 관치 금리 탓에 서민의 실수요 금리가 줄줄이 오르면서 결국 피해는 대출 소비자가 보게 됐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 들어 관치 금융, 관치 금리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었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의 월 상환액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당국의 초장기 주담대 '권유 기조'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폭증 이후 돌연 '압박 기조'로 바뀌었다. 이후 50년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은행들은 결국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기한을 40년으로 단축했다.
금융당국은 "금리는 은행의 자율적인 결정이라 당국에서 개입할 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관치금리'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지 오래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과 관련 직접 Q&A을 작성한 건 반년 사이 뒤바뀐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는 비판을 감지하고 있다는 얘기와 맞닿는다.
금융당국은 '향후 가계부채 관리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정책 실패, 관치 금융, 관치 금리에 따른 시장의 혼란과 혼선의 최종 목적지는 '금융소비자'라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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