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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대안으로 떠오른 수입안정보험…농작물 재해보험은 삭감

기사등록 : 2024-08-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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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2025년 예산안' 발표…전년비 2.2% 상승
수입안정보험 예산 25배 늘리고 농작물 재해보험↓
"양곡농안법 대안으로 수입안정보험 밀어붙여" 지적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0년간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던 수입안정보험을 본사업으로 확대하고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에 대해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를 농식품부가 반대하기 위해 수입안정보험 사업을 졸속으로 확대했다는 의혹에서다.

전문가들도 수입안정보험의 가입률 저조, 조세제도 미미, 손해평가 어려움 등의 이유로 사업확대를 우려하고 있어 당분간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수입안정보험 예산 2078억 편성…"양곡·농안법 대체 수단"

29일 '2025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18조7496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2.2%(4104억원) 증가했다.

농식품부 예산은 지난 2022년 16조8767억원→2023년 17조3574억원→올해 18조3392억원으로 3년간 꾸준히 늘어왔다.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업은 수입안정보험 지원사업으로 올해 81억원 대비 내년 2078억원으로 대폭 증액된다. 증감률은 무려 2465%에 달한다.

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수입 감소위험을 관리해 농가 경영안정·안정적 재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시장 가격 하락, 화재, 조수해(야생동물피해) 등으로 농가의 소득이 감소해도 정부가 일정 부분의 소득은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수입안정보험의 가입률은 지난 2019년 3.7%에서 2021년 3.0%로 하락한 뒤 지난해 3.3%로 0.3%포인트(p) 상승했다. 3%대의 저조한 가입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이 품목별 주산지 등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예산을 2078억원으로 늘리고 지원품목을 현재 9개에서 15개로 확대하면 가입률이 최대 25%까지 올라올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가 수입안정보험 사업을 대폭 확장하는 배경에는 야당이 제시하는 양곡법과 농안법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양곡법과 농안법에 대해 수입안정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입안정보험 대상 품목에 쌀이 추가되면서 쌀 농가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같은 달 개최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양곡·농안법 대안으로 수입안정보험 청사진을 내놨다.

송 장관은 "수입안정보험은 농가가 자력으로 생산해 벌어들인 수입에 대한 것을 보험 방식으로 보장해 준다는 것으로 농안법과의 차이는 농가가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수입안정보험)가 (농안법보다) 적은 정부 재정으로 농가에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수입을 보전할 수 있어 훨씬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농가의) 수급안정과 소득안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을 때 의무적으로 가격을 보전해 주는 농안법 대신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보험을 든 농가에만 가격을 보장해 주는 수입안정보험을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농업경제학회는 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추, 양파, 고추, 무, 마늘 등 5개 품목에 연간 1조1906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입안정보험 예산의 다섯 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겸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은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의 소득안정에 미치는 순기능이 크므로 주요 소득·경영안전망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제도의 내용, 보험 구조, 가입 대상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수입안정보험 확대 부작용 우려…농작물 재해보험 9.6% 삭감

반면 야당에서는 수입안정보험 지원사업이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은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농식품부의 수입안정보험 본사업 추진 발표는 농안법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본사업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농가소득 보장의 기본 안전망 없는 선택적 안전망의 확대는 모든 위험에 대한 완충 기능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 도입을 통해 농가소득 보장의 기본 안전망을 먼저 갖추고 수입안정보험 등의 선택적 안전망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입안정보험을 평가한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수입안정보험 사업 확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수입안정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농가 경영위험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우월하지만 통계·조세제도 미비, 손해평가 애로 등으로 주요 품목으로 확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안정보험은 모든 가입 필지의 수확량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해조사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며 "그러나 손해조사 기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손해조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를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진단했다.

수입안정보험 품목에 대한 농가 담합도 위험요소다. 김 부연구위원은 "수입안정보험 품목으로 마늘과 양파가 초기 도입됐지만 이들 품목의 가격은 연간 큰 격차로 움직이고 있어 기준가격 설정방식으로 인한 농가의 투기적 성격을 띤 가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정보 비대칭성으로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입안정보험과 달리 농작물 재해보험 예산은 도리어 삭감됐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불안을 해소해 농업인의 소득과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안정적인 재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도입된 제도다. 사업 확대에 따라 대상품목도 도입 초기 2개 품목에서 올해 73개로 확대됐다.

농식품부는 내년 농작물 재해보험 예산으로 올해(5356억원) 대비 9.6% 감액한 4842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냉해, 호우 등으로 19만6000농가가 보험금 1조42억원을 지급받았다. 최근 이상기후로 자연재해 발생 여부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가의 필수 보험으로 자리 잡았다.

정 교수는 "수입안정보험은 수확량과 가격을 둘 다 보장해 주기 때문에 앞으로 농가, 농민들이 농작물 재해보험보다는 수입안정보험으로 많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러한 흐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수입안정보험의 전면도입 보다는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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