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추진 입장을 직접 밝혔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 의무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명문화 추진 움직임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있었다. 다만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경우 대통령이 직접 국정브리핑에서 명문화 입장을 밝힌 만큼 동력을 얻고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열고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고갈? 지급보증 명문화로 신뢰도 제고 기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금 운영계획에도 담겼다. 이미 국민적 여론이 형성된 사안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통해 연금개혁과 동시에 지급보장 명문화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공개한 바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당시 미래 세대의 불안을 해소해 국민연금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국민적 불안감은 실제로 널리 퍼져 있다. 연금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8월가지 전국 20~59세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 2025명 대상으로 실시한 연금개혁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로 '향후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률이 35.5%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2018년 실시한 대국민 의견수렴에서도 응답자 91.7%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에 찬성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처럼 기금 고갈을 걱정하지 않고, 낸 보험료만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최근 기금소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급보장 명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 전문가 "지급보장 명문화, 제도 개선 막아…오히려 청년층에 부담 가중"
이처럼 지급보장 명문화는 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맹점도 있다. 당장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청년세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가 이미 1825조원을 넘는다"며 "이는 지난해 GDP의 8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미적립부채란 약속한 연금액 가운데 부족한 부채를 말한다.
윤 위원은 "약속대로 연금을 주려면 현재도 1825조원이 부족한데, 정부는 이것(1825조원)이 국가부채가 아니기에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결국 미래세대가 다 부담하게 될 액수다. 지급보장 조항을 만들면 젊은 층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급보증 명문화가 향후 제도의 개선 가능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할 수 있는데, 연금지급 보증이 법제화된다면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위원은 "현재도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혈세가 연간 10조원씩 투입된다"며 "공무원연금에는 지급보장 조항이 있으니 (적자가 발생해도) 제도를 제대로 고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통과도 숙제로 남아 있다. 지급보장 명문화는 곧 법을 통해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정부 의무를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오종헌 연금행동 사무국장은 지급보장 명문화의 국회 통과 전망에 대해 "통과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지급보장 명문화와 크레딧(확대)은 시민공론화 결과에도 담겼다"고 말했다.
다만 오 사무국장은 "적정 부담과 적정 책임(더 내고 더 받는) 등 명문화와 크레딧을 제외한 공론화 내용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야당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일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