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는 축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정책 모기지가 가계 부채 증가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 모기지는 무주택 서민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계 부채 확대와 정책 모기지 혜택을 못받는 내집마련 수요자들의 형평성 문제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엄격한 대출 자격을 적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주택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책 모기지가 줄지 않는다면 가계 대출 증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담보인정비율(LTV) 상향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달리 정책 모기지에 대한 규제나 축소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고삐를 조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 모기지 공급도 축소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정책 모기지에 대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도입한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정책모기지 등도 DSR 적용 범위에 새롭게 포함시켜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가계부채대책을 발표한 금융감독원은 DSR을 중심으로 차주(돈을 빌린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은행권도 현장에 적용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다음 달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 없이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DSR이 적용되지 않던 보금자리론·디딤돌 대출과 같은 정책모기지대출도 DSR에 포함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부부처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디딤돌과 버팀목 등 정책 모기지 소관 부처인 국토부는 당장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DSR에 대해서는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책모기지는 은행이 대출해주는 것은 맞지만 그 자금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은행 자금이 아니다. 은행이 대출해주면 주택기금이 은행 이자율과 정책모기지 이자율 차이(이차)를 보전해준다. 이에 따라 대출 심사 강화나 이자율 등을 은행이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모기지는 대출 요건에 맞는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최근 금리를 한차례 인상한 이후로 (대출 억제 움직임 등) 추가적인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도시기금도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정도만 해도 무주택자들이 '빚내서 집을 사는' 빈도는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정책 모기지는 선풍을 끌고 있다. 올해 1∼7월 사이 은행권이 시행한 모든 주택 대출은 32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디딤돌(매입), 버팀목(전세), 신생아 특례 등 정책 모기지만 22조3000억원 규모다. 은행에서 주담대로 풀린 재원의 약 70%가 정책 모기지인 셈이다.
더욱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 정책모기지는 더 높은 대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의 이자 차이가 더 커져서다. 스트레스 DSR 시행이 될 경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는 연 0.7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추가된다. 수도권에는 1.2%포인트가 적용된다.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높아질수록 원리금 부담은 커지고 DSR 비율도 함께 높아진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4.38~6.78%까지 오르게 된다.
올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을 최저 1%대 초저금리로 빌려준다. 디딤돌 대출도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2∼3%대 금리로 빌려주는 정책 모기지다. 보금자리론도 있지만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하고 금리는 3~4%대다. 지난 26일 기준 시중은행 주담대 5년 고정금리(혼합·주기형)가 3.63~6.03%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정책 모기지는 최대 2~3%포인트 가량 낮은 이자율을 보이게 된다. 즉 이자가 절반이 되는 셈이다.
물론 정책 모기지는 일정 수준 이하 소득을 가진 무주택자만 가능한 만큼 주담대 수요가 그대로 이동할 순 없다. 하지만 정책 모기지 대상 가운데 주택 매입을 저울질하는 내집마련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단기적 가계대출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 증대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책 모기지 대상이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책 모기지는 실질적인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세대나 신혼부부 같은 계층에 특정하게 되면 포퓰리즘적 성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무주택자로 대상을 한정해 정책 모기지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대출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를 위해 LTV를 상향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추가적으로 정책 모기지 금리를 올려 무분별한 대출 증대를 막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신생아 대출이나 청년주택대출에 대해선 놔두고 기존 대출의 금리를 올리거나 옥죌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모기지의 경우 자격 제한이 있어 아무나 못 받기 때문에 대출을 줄이면서 금리를 올려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는 방식을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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