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위 관계자 2명이 이번 주 중 미국을 방문해 서방의 미사일로 공격하고자 하는 러시아 본토 내 목표물 리스트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미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럽 회원국 중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후방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사거리 250~300㎞인 에이태큼스(ATACMS·미국)와 스톰 섀도(storm shadow·영국), 스칼프-EG(SCALP-EG·프랑스) 등을 갖고 있지만 미국 등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미군이 2022년 6월 6일 새벽 전날 북한 도발에 비례해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연합 맞대응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합참] |
CNN은 이날 익명의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을 인용해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이 미국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 이 리스트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은 백악관이 러시아 본토 목표물 타격을 위해 원거리 타격 무기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이라며 "그러지 않고는 전쟁의 향방을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꾸기 어렵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계자들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30일 우메로우 장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다만 예르마크 비서실장이 누구를 만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러시아와 서방 세계의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에이태큼스 사용을 금지했다. 러시아가 핵 전쟁과 3차 대전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미국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계속해 인명 피해가 늘고 있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전황이 악화돼 원거리 타격 허용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 "미사일 사용 제한 풀어주자" 유럽 목소리 커져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FP 통신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에서 여러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도록 제한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탄약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가진 모든 것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한 모든 것으로 싸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가 러시아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며 "그래야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를 위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들어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냐 미사일이냐
원거리 타격 미사일보다 공격용 드론이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에이태큼스 등은 최대사거리가 300㎞ 정도지만 드론은 공격 범위가 1000㎞에 이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후방에 있는 비행장과 탄약고, 지휘 통제 센터 등을 공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제트 엔진을 장착한 신형 로켓 드론 '팔랴니치아(우크라이나의 빵 이름)'를 공개했다. 프로펠러를 단 기존 드론보다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이 더 큰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우리가 한 해 150만~200만 대의 드론 생산능력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론이 속도가 느려 대부분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도중에 격추돼 실제 목표물에 도달하는 경우는 10%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