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이번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대출규제를 강화한다. 시중은행 역시 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 기간 축소 등 후속 대응에 돌입했다. 정부가 가계대출이 감소하지 않을 경우 대출총량제한까지 검토한다고 밝힌만큼 당분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 혼란과 불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일부터 예정대로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한다. 당초 7월에서 9월로 두달 연기된 스트레스 DSR은 내년 6월말까지 10개월간 적용된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8.30 peterbreak22@newspim.com |
스트레스 DSR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비수도권 주담대(주택 매입용)와 신용대출, 2금융 주담대는 0.75%가 적용되고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수도권 주담대는 1.2%p 상향 조정했다. 한도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금리에는 변화가 없다.
금융권 시뮬레이션(30년 만기, 분할상환, 금리 4.5%) 결과, 연봉 5000만원 차주 한도는 2800만원, 1억원 차주 한도는 5600만원까지 줄어든다(수도권 기준, 상단 표 참고).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금감원에 지난 4월 4조1000억원이 증가하며 석달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5월 5조4000억원, 6월 4조4000억원, 7월 5조3000억원 등 4개월만에 19조2000억원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이 대출한도를 줄임과 동시에 금융사 대출심사 자체를 강화하는 기능이 있는만큼 가계대출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 스탠스에 맞춰 이미 금융권에서는 추가적인 대출규제에 돌입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대출 기간을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기존에는 한도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던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물건별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한다. 신규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 역시 5000만원으로 줄인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 ▲대출실행일에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의 경우 여신 취급을 제한하며 우리은행은 대출 모집법인 한도를 법인별 월 2000억원 내외로 조정했다.
이처럼 대출 관련 규제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증시불안과 주택경기회복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한도 축소만으로는 주담대 상승세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금리인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무작정 대출금리를 인상하기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현 DSR 적용범위를 확대해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실수요자 대출까지 제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당국의 시장개입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강력한 대출규제를 선언한만큼 단기적으로는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주담대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대출만 규제한다고 해서 가계대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