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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공포]① "절대 안 잡힌다"…법적 사각지대 악용하는 가해자들

기사등록 : 2024-08-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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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방 참여해도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하면 그만
성인은 단순 대화방 참여만으론 처벌도 안 받아
"피해자들 온라인 소통 끊으며 세상과 멀어져"
여성변호사회 "입법 공백 빨리 해소해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수사기관과 입법기관 등이 대응에 나섰지만, 텔레그램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절대 우릴 못 잡을 것'이라며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실제로 현행법상으론 '유포'를 목적으로 사진이나 영상물을 만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성인이냐 미성년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딥페이크 성범죄(최대 5년)는 불법 촬영(최대 7년)보다도 가볍게 처벌받는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은 기술 발달로 인해 불법 사진과 영상물을 제작하는 게 쉬워진 만큼, 입법을 통해 사각지대를 빠르게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서울경찰청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집중 대응 TF'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텔레그램에서 불법 합성 영상물을 유포한 이른바 '지인 능욕방' 운영자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29 yooksa@newspim.com

◆ 피해 대상 성인일 경우 처벌 어려워

경찰은 운영자뿐 아니라 해당 방에 있던 참여자에 대한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순히 그 방에 참여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혐의를 씌울 순 없다.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경우에는 불법 합성 영상물이 공유된 방에 참여하고 있었던 사실 만으로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에 따라 처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방에서 제작·의뢰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얼굴로 만든 불법 합성 영상물을 봤다면 처벌 대상인 것이다.

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영상물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동·청소년인지 인지를 했냐 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진술에서 만약 성인인 줄 알았다고 한다거나, 해당 영상물이 올라왔던 당시에 대화방을 잠시 나갔더라면 처벌이 어려워진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법적 사각지대가 명확하다"며 "만약 대화방에 참여했던 참여자가 해당 영상물에 나온 사람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에는 더 처벌이 어렵다. 성인이 피해자일 경우에는 제작·의뢰를 하지 않고 단순히 그 대화방에 참여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 

수사도 한계가 명확해 유포자를 잡기 어렵다. 신진희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주로 일어나는 텔레그램이 보안성이 강하다 보니 수사가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하는 게 가능하지만, 성인인 경우에는 영장 없이 해당 대화방에 들어가서 수사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합성 영상물 공유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이 수사를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참여자들은 서로 '텔레그램 방에서 개인 신상정보만 말하지 않았다면 절대 잡힐 일 없다', '1:1 대화방은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교직원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8.29 yooksa@newspim.com

◆ 입법 공백 속 일상 무너진 피해자들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들은 입법 공백 속에서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 팀장을 맡고 있는 박예림 활동가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를 의뢰한다고 해도 영상물이 완전히 삭제됐는지 알 수 없고, 최초 유포자를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가해자가 누군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도 모르고, 피해 범위도 알 수 없다 보니 피해자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피해를 겪고 나면 온라인 세상에서의 소통을 끊는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줄어들며 생활반경도 줄어들고, 자책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여성변호사회는 지난 28일 "성폭력처벌법의 경우 반포 목적 등을 요구해 배포할 목적이 없는 합성·제작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고 피해 영상물을 사적으로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처벌 수위가 높지만 성인 여성 착취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보통신망법은 음란한 영상과 음향을 규제하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한 불법 합성 영상물 공유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현행 최대 징역 5년인 '허위영상물' 유포 등 형량을 '불법 촬영물'과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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