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비수도권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이 확산되면서 이 지역의 사업 비중이 큰 중견 건설사들이 실적 개선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에서 청약 미달사태가 양산된 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업이 부실화하면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공사비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만 호황인 지역적 차별화가 뚜렷해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방에서 활발히 주택사업을 벌이는 금호건설과 신세계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건설은 올해 3분기 예상 영업손실이 89억원이다. 전분기 314억 영업손실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이다.
지방 미분양이 확산하고 매출원가율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견 건설사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기자] |
건설업황이 부진한 데다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인 매출원가율 부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매출원가율에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결정된다.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원가율이 건설업계 전반의 고민거리이긴 하지만 금호건설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지난 1분기 96.2%에서 2분기에는 매출액(5112)보다 많은 5249억원이 원가로 투입돼 원가율이 102.6%에 달했다. 영업비용인 판관비 177억원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적이다. 건설업 특성상 공사 진행이 수년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원가율 악화를 단기간에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작년 1878억원 영업손실을 보인 신세계건설과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부토건, 지난 2분기 184억원 손실을 본 진흥기업 등도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대구·부산 등에서 추진한 분양사업이 실패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사업장인 ▲부산 아파텔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 등이 잇달아 미분양으로 남았으며, 계약률 또한 대부분 절반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영향으로 기업 신용등급은 지난해 'A 부정적'에서 지난달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견 건설사의 실적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1조원 정도 줄여 25조4825억원으로 결정하면서 중견 건설사의 주요 매출처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대형사보다 사업 다각화가 부족하고 SOC 물량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감 감소가 우려된다.
지방 미분양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3주째 상승세이지만, 지난 7월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개월 연속 늘어 1만6000가구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으로, 결국 시행·시공사의 자금 부담으로 연결된다.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할인분양, 금융비용 증가 등이 뒤따라 사업이 이익은커녕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미분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주택시장이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지방에서도 수도권으로 원정투자에 나서는 실정이다.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우려가 확산하자 지방 주택을 팔아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 매물로 갈아타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분양가가 주변 실거래가보다 비싼 것도 지방 분양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주택이 위험 수준에 달한 데다 원가율 부담이 여전해 재무구조가 악화한 건설사들은 3분기에도 영업손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21조원 규모의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 정리되면 외부 차입 여력이 감소해 자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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