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폴란드가 러시아 미사일·드론이 자국을 향해 날아올 경우 이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 서부 영공에 대해 방공망이 제공되는 효과가 있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2일자(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적의 미사일이 우리 영공에서 요격되면 우리 국민이 다칠 수 있다"면서 "(영공 밖에서 요격하는 건)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요격은 종착 지점에 가까울수록 사상자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우크라이나 상공 더 높은 고도에 있을 때 격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폴란드 영토 쪽으로 발사된 미사일과 드론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양자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달 26일 러시아 드론으로 의심되는 드론 한 대가 국경을 넘어오자 폴란드는 즉각 요격 권리를 주장했다. 또 루마니아에서도 러시아 드론이 영공을 침범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나토가 반대하고 있지만 폴란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접해 있는 주변 모든 국가는 러시아 미사일이 영공에 진입하기 전에 격추해야 하며 이는 헌법적 의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주변국이 자국 상공에서 러시아 미사일·드론 격추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주변에 있는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영공 일부에 대해 방공망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나토에 요청하고 있다.
싱크탱크 글로브섹의 안보 애널리스트인 미콜라 나자로프는 "우크라이나는 모든 영토, 특히 서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항공 자원이 없기 때문에 폴란드가 나설 수 있도록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나토 핵심 국가들은 이런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런 제안은 동맹(나토)이 분쟁의 일부가 될 위험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일부 방공망을 제공하게 될 경우 전쟁 개입에 대한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고,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미사일·드론이 우크라이나 서부를 공격하는 것인지 주변국을 향해 날아가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 나토국이 요격에 나설 경우 나토가 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러시아가 크게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자로프 애널리스트는 "F-16 전투기와 (에이태큼스 등) 장거리 미사일, 최신 전차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방의 레드라인은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