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 지역의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에 이스라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후 이스라엘에서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지만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중재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에서 전시 내각 회의 주재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지중해 바닷가부터 이스라엘 측 케렘샬롬 검문소까지 이어지는 약 14㎞ 길이의 완충지대이다. 이스라엘은 이 회랑에 있는 지하 터널을 통해 하마스가 무기·탄약 등을 이집트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회랑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악의 축(하마스)은 이 회랑을 필요로 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린 그곳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수십 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며 "이 회랑은 하마스에겐 생명줄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지난달 29일 밤 회의를 열고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주둔하는 안건을 표결 끝에 승인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이 안건을 전격 제안하며 "하마스가 작년 10월 7일 기습 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이 회랑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계속 점령을 재확인함에 따라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은 더욱 큰 어려움에 부딪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회랑 문제는 그 동안 휴전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면서 "네타냐후의 결정은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 그리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내각 협상파와의 균열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도 더 많은 이스라엘 인질을 조속히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회랑에 군대를 유지하기로 한 내각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갈란트 장관을 해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신뢰가 있는 한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신뢰를 위해선 모든 장관이 예외 없이 정부와 내각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네타냐후가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협상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에게 양보를 하라는 건가. 그것이 하마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가. 인질을 더 죽이라는 말 아닌가"라며 "압력은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를 향해 가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든 누구든 평화 실현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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