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9-08 12:00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실수로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간 60대 여성을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이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 취소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 이후 A씨의 신상을 파악해 우산을 반환받는 등 조사에 나섰고, 당시 A씨는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지고 간 것이고 오늘 연락을 받을 때까지 우산을 잘못 가지고 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검찰은 A씨에게 절도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피해자의 우산에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돼 있었는데, 검찰은 A씨가 이 마크를 보고 우발적·충동적으로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 A씨의 집에 피해자의 우산과 같이 검정색에 손잡이 비닐포장을 벗기지 않은 새 장우산이 많이 있어, A씨가 우산을 착오해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검찰은 A씨의 우산과 피해자의 우산이 외관상 유사하여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채 이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했다"며 "이 사건의 수사기록만으로는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헌재는 ▲당시 A씨는 62세로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등 인지기능 검사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 ▲절도죄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 ▲일관되게 절도의 고의성을 부인했다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내세웠다.
헌재는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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