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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개혁] ②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수의 절반…'현물이전제'에 은행들 난리

기사등록 : 2024-09-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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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5일 현금이전제 시행...업권 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은행, 상품 라인업·수익률 증권사에 뒤져...자금이탈 우려
은행권, 펀드 라인업 보강·상담 서비스로 점유율 지키기로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퇴직연금 현물이전제가 10월15일 시행되면서 금융회사 간 퇴직연금 고객 이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사보다 상품 라인업이 부족하고 과거 수익률에서 뒤떨어진 은행들은 퇴직연금 현물이전제 시행을 앞두고 자금 이탈 우려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펀드 라인업을 보강하고 상담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행·증권사·보험사)은 393조5471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은행 207조1945억원(52.7%), 증권 93조7264억원(23.8%), 보험 92조6262억원(23.5%) 순으로 많았다. 증권사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전년 동기(79조1534억원) 대비 18.4% 증가하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은행이 15.5%, 보험이 5.9% 상승했다.

[퇴직연금 개혁] 글싣는 순서

1. 금융사 전문성 있나…퇴직연금 5년 연 수익률 '2.35%' 그쳐
2.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수의 절반…'현물이전제'에 은행들 난리
3. 국민연금 운용에 금융권 '패닉'…"원리금 보장상품 규제 풀어야"
4. 국민의힘 '연금개혁 부처 협의체' 추진
5. 국민연금, 퇴직연금시장 진출 '물꼬'…고용부 '난감' vs 국민연금 '표정관리'
6. 여당, 국민연금 운용에 '긍정적'…금융업계 "연기금, 자본시장 장악" 우려
7. 野 "국민연금은 '메기효과'…수익률 개선 선택지일 뿐"
8. 퇴직연금에 '투자성향진단' 족쇄 풀어야

내달 퇴직연금 현물이전제가 시행되면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예상된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란 한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때 고객이 보유 중인 상품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처럼 금융사들의 경쟁을 촉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기존에는 보유 퇴직연금 계좌를 타 금융회사로 변경할 경우 보유 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해 이동해야 했지만, 현물이전 제도 도입 후에는 보유하고 있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동일하게 옮길 수 있게 된다. 즉 가입자는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 금융상품을 환매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 가능하다.

최재원 키움증권 퀀트/자산배분 애널리스트는 "기존 방식은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상품을 매도하고 현금화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존재했다"며 "사전지정운용 제도에 이어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연금 상품의 수익률 개선 노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제 시행을 약 한 달 앞두고 금융권에선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은행은 증권사보다 라인업이 부족하고, 펀드 라인업도 은행은 증권사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금융투자(증권 등) 업권이 2.93%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은행업권은 2.15% 수준에 그쳤다.

최재성 애널리스트는 "2023년 2월 TF팀 구성을 통해 (현물이전) 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된 후 금융 업권별 수익률에 따른 '머니무브' 우려에 은행권의 반발이 컸다"며 "은행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상품 심의가 까다로워 상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아무래도 실적배당형 상품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가 은행보다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주요 은행들은 펀드 라인업을 보강하고 퇴직연금 전용 상담 센터 설치 등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타 운용기관보다 초저위험 상품(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크고 고령자 고객도 많은 만큼, 상담 서비스를 고도화해 점유율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상담 채널인 '연금 라운지'를 지난달에만 3곳 추가 설치했고, KB국민은행 또한 '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전국에 10곳 넘게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의 '연금 더드림 라운지'와 우리은행의 '투체어스W' 또한 확장활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물이전 시행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사간 연금 이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운영 포트폴리오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금 고객 유치를 위한 혜택들도 많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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