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응급실 뺑뺑이'가 대통령실 앞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60대 인부 A 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약 4m 높이에서 추락했다. 사고 장소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옆 국방홍보원 신축공사장이다. 국방부는 대통령실 옆에 있다.
이 사건의 초기 보도엔 생략된 사실이 많았다. 이를 테면 정확한 A 씨의 사망 시간과 이송 병원 등이다.
장례식장과 사고 현장에 갔다. A 씨의 사망 시간은 오후 12시 11분경이었다. 사고 발생 4시간 뒤였다. 최종 이송지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었다. 고대구로병원은 사고 지점에서 11km 떨어져 있다. 차로 50분이 걸린다.
신수용 사회부 기자 |
통상 A 씨와 같은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1시간이다. A 씨는 이 '골든타임'을 넘겨 병원에 도착했다. A씨가 고대구로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7분경이었다. 사고가 난 지 1시간 12분 뒤다.
사고 인근에 대형 병원은 차고 넘쳤다. 차로 10~15분 내 도착하는 대형 병원이 다섯 손가락을 넘겼다. 병원이 길목마다 있었지만 5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먼 곳으로 이송됐다.
5.5km 반경에도 대형 병원 다섯 곳이 자리했다. 6.8km 이상 반경에도 대형 병원 다섯 곳이 촘촘히 포진하고 있었다.
구급차 이송 과정에도 물음표가 붙였다. 구급차가 바로 고대구로병원에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전원된 정황이 포착됐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전원 이유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차로 10분 거리인 2.5km에 있다.
A 씨의 이송 과정에 대해 소방당국은 입을 굳게 닫았다. 노동 조합은 A씨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노조원이 아니기에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실 집무실 옆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묵과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사고 다음날인 29일 "의료 현장을 가보시라.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응급실을 지키는 이들에게 칼날을 겨누는 의료진도 있다. 최근 의료진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응급실에 근무 중인 의료진 신상을 공개하며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명명하고 비판했다.
200일 넘게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촌각을 다투는 환자는 거리 위를 헤매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속히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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