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연금개혁안에 제시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표했다. 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인상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고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인상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 기대수명, 재정 등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는 장치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제도는 정부가 목표로 한 보험료율 13%까지 20대는 천천히, 50대는 빠르게 올리는 제도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2024.09.13 yooksa@newspim.com |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모았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명목 금액은 내려가지 않을지 몰라도 실질가치가 사실 줄어들게 된다"며 "물가가 5% 올랐는데 임금은 3% 올리면 금액 자체는 3% 오르지만 물가에 비하면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노인의 경우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출 경우 2060년 27%인 빈곤율이 2080년 30%까지 오른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남 교수와 입장이 같다"며 "지금 자동조정장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구 나라들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재정 안정화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반면 한국은 재정 불균형이 무척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급진적인 개혁이 요구될 수 있다"며 "보험료를 빠르게 올리든지 급여가 깎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민들이 미래 급여 지급 가능성에 대해 불신이 큰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자료=보건복지부] 2024.09.13 sdk1991@newspim.com |
반면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제도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렸다. 남 교수는 반대 입장을 내세웠고 오 정책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 교수는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20대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에 찬성했는데 지금 와서 이런 안을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가 '너희 불이익 받고 있지? 너희 억울한 거야'라고 하는 것은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라며 "연령에 따라 부담하는 제도는 세상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례도 없고 재정계산위원회,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앞 세대와 뒷 세대가 똑같은 수준이라면 차등시키면 안 된다"며 "그러나 현 제도의 형평성이 깨졌다면 바로잡는 차등은 굉장히 적극적인 차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청년들은 낮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을 것이고 보험료율도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높아지는 보험료율을 젊은 가입자들이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현상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정부는 속도를 차등화해 이를 개선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 교수는 "사회 전체가 차등 보험료율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방안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장년이라도 가입기간이 짧은 분, 과거 혜택이 없는 분,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빠른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하면 부당하다"며 "특례 감면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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