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 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며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확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스라엘 첩보기관이 해당 호출기에 폭발물을 심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 고위 보안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이날 폭발 사건 몇 달 전 레바논의 헤즈볼라 그룹이 주문한 5000개의 대만산 무선 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음모는 몇 달에 걸쳐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고위 보안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대만 소재 '골드 아폴로'에서 제조한 AP924 모델의 호출기 5000개를 주문했으며, 이 호출기는 올봄에 레바논에 반입되었다고 말했다.
AP924 모델의 호출기는 다른 호출기처럼 무선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전송할 수 있지만 통화는 할 수 없다.
9월 17일 레바논 전역서 통신에 사용되던 호출기가 폭발하면서 헤즈볼라 전투원 등 부상자들이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교 의학 센터(AUBMC)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9.18 kwonjiun@newspim.com |
올해 헤즈볼라 작전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저기술적 통신 수단으로 무선 호출기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고위 레바논 소식통은 해당 호출기들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스라엘 첩보기관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사드는 폭발 물질을 코드를 받는 방식으로 장치 내부에 주입했다. 어떠한 수단으로도 그것을 감지하기 매우 어렵다. 심지어 어떤 장치나 스캐너로도 감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암호화된 메시지가 장치에 전송되어 폭발물을 동시에 활성화했을 때 3000개의 호출기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안 소식통도 로이터에 새로운 호출기에 최대 3g의 폭발물이 숨겨져 있었으며, 몇 달 동안 헤즈볼라가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괴된 호출기 이미지를 자체 분석한 결과, 대만 타이베이에 기반을 둔 골드 아폴로에서 제조된 호출기와 일관된 형식과 스티커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골드 아폴로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한 이번 폭발 사건 이후 레바논 정보부 장관은 이번 폭발 공격이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보복을 감행하겠다고 밝혀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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