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추석 연휴 미국에서 발간된 한 금융투자사의 반도체 보고서가 국내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간스탠리는 지난 15일 발간한 반도체 보고서에서 다시 '겨울이 온다'며 비관론으로 일관했다.
반도체업계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보고서"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내년까지 수요가 견고하고 범용 D램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조정기에 돌입했을 뿐 예상치 못한 충격파는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575.41)보다 18.26포인트(0.75%) 상승한 2594.67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09.19 pangbin@newspim.com |
◆모간스탠리 보고서에 또 '화들짝'
SK하이닉스 주가 10% 넘게 떨어져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14만4700원까지 떨어졌다. 전 거래일 16만2800원 대비 11.1% 떨어진 가격이다. 삼성전자 주가도 장중 6만2200원까지 떨어져 전 거래일 6만4400원 대비 3.4% 떨어졌다.
추석 연휴 후 개장한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한 이유는 미국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가 지난 15일 발간한 한 보고서의 영향이 크다.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반도체가 공급 과잉으로 시장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골자로 한다. 지난 8월 말 '반도체 업황의 피크(고점)를 준비하라'는 보고서의 후속격이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절반 아래인 12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간스탠리의 보고서의 파급력은 막강했다. 사실상 SK하이닉스 주식을 팔라는 신호로 내면서 19일 국내 증시 개장과 함께 매도 주문이 몰렸다. 반도체업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을 모간스탠리 보고서를 맹신한 기관들의 '과매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날 주가 하락은 하반기 실적 우려 보다 모간스탠리의 보고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삼성·SK "HBM, 내년까지 완판"
공급 과잉과 거리 멀다
모간스탠리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범용 D램 수요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은 경계해야 하지만 보고서와 같이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모간스탠리 보고서는 오는 2025년부터 AI 슈퍼 사이클이 끝나고 HBM 수요가 서서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쌓아 만든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AI 서버의 빠른 연산을 도와주는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AI 칩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이 탑재된다.
우선 HBM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기술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엔비디아와 같은 고객사의 주문 생산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렵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 들어 두 차례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까지 'HBM 물량 완판'을 선언할 정도로 당분간 수요가 넉넉한 상황이다.
업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제품 [사진=삼성전자] |
◆누가 D램 시장 좋다 했나...
시장은 연착륙 준비중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에 대한 전망도 반도체업계와 시각이 다르다. 모간스탠리는 범용 D램이 올 4분기 고점을 찍은 후 오는 2026년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범용 D램 시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D램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PC 교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여 올 하반기 다운사이클(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 다운사이클에 대비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의 시장 침체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마치 예견이라도 하는 듯 지난 2021년 8월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를 내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둔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이 이 보고서의 영향으로 매도에 나섰고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업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그 해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보고서 만큼 급격한 하락세는 없었다.
반도체 업계에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업계 특성을 악용한 '인디언식 기우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IB업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까지 SK하이닉스의 매도 최상위 창구는 모간스탠리로 148만여 주를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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