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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② 이익집단과 로비

기사등록 : 2024-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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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집단의 종류

회원들이 왜 이익집단에 가입하는지는 간단하다.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단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압력을 가해 자신들에 유리한 법안을 만들어 내 회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바로 서명, 청원, 시위, 면담요구 등의 방법으로 정치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영향을 끼친다고 하여 이익집단을 압력단체라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압력단체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노동자 단체를 들 수 있다. 제조업, 사무직, 공공부분에 이르기까지 조직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노동정책과 임금정책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때로는 총파업을 무기로, 때로는 로비와 정치적 협상의 방법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노총(1946)과 민주노총(1995) 등이 대표 노동자 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나, 앞에서도 지적했듯 우리나라 노동자의 11.6% 만이 노조에 가입해 낮은 노조조직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조활동이 전개되고 있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대기업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노조는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두번째로 사용자 단체를 들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에 경제정책, 노동정책, 그리고 임금정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로비활동과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기업인과의 대화, 국제대회 유치 공조 등의 방법으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5단체로 불리는 기업이익집단이 등록되어 활동 중이다. 20만개사가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가장 활동이 활발하며, 무역협회, 경총 등도 대표 기업집단이다. 새로운 지도부로 전열을 정비한 전경연의 활동도 최근 들어 두드러진다. 340만개사를 대표하는 중소기업 중앙회의 활동도 소규모 중소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번째로 직능단체 혹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이익집단이다. 다양한 전문직업인들이 모여 세운 단체로 대표적인 단체로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조무사 협회, 중개인협회, 그리고 최근 100만명의 회원수를 확보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등이 직능단체에 속한다.

직능단체 회원들의 이익과 지위향상을 위하여 활동을 전개하며 관련법률의 제정, 개정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로비활동을 전개하거나, 법제정과 개정 등에 의견을 표현해 불만이나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회원들의 권익과 임금, 노동환경, 사회적 지위와 인식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의사를 표현하고 있어 정부와 잣은 충돌로 국민의 이익, 안전과 생명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국가의 지속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단체를 들 수 있다. 지역공동체가 직면한 정책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찬반의 의사를 표명하며 정부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민들이 모여 조직하는 이익단체다.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끝까지 밀어 부쳐 사업이 진행될 때 자연스럽게 소멸되거나 외부단체의 도움을 받을 경우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기도 한다.

때로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NIMBY)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지역단체 활동은 국가정책을 집행할 때 큰 제약으로 작용될 수 있다. 혐오시설과 기피시설 등은 대개 건강 (예를 들어 송전선 건설), 집값(장애인시설, 쓰레기하치장), 안전(방폐장) 등의 이유로 지역주민이 반대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가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핌뷔(Please in my backyard, PIMBY) 혹은 윔비(Yes in my backyard, YIMBY) 등으로 표현되는 반대현상은 지역단체마다 인프라시설 구축, 예를 들어 비행장 시설 등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지역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두 현상 모두 국가의 효율적 운영과 지역의 균형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지역이익 집단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일관된 대응모델이 필요하다.

출처: 고용노동부, "2022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과 각 단체들의 홈페이지 자료

이익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압력수단인 로비제도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사익 조직이 너무 과열되면 공익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외국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적합한 로비제도의 구축가능성을 알아보자.

로비제도, 해악만 있는 것일까? 외국의 사례

로비란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기관, 즉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산하기관 등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과 접촉하여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하는 이익 추구의 활동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로비는 뇌물 혹은 뒷거래 등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로비라는 주제어로 열람을 해 보면 부정적인 단어가 지배적이다. 옷 로비, 심판 로비, 복권사업 로비, 무기 로비, 대출알선 로비, 올림픽 로비 등 부정적 표현 일색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 로비는 보편적으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로비를 통해 하원의원과 백악관정책참모 등을 접촉하는 것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모든 준비작업의 과정까지 포함시킨다.

로비 활동은 미국 수정(修正) 헌법 제1조 청원권('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에 따른 권리로써 보호되고 있다. 미국에서 로비제도의 발전은 지속적 입법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1938년 '외국대리인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FARA)'을 시작으로 1946년 '연방로비활동규제법(Federal Regulations of Lobbying Act)', 1995년 '로비활동공개법(Public Disclosure Act)' 등을 거쳐 2007년 개정된 '정직한 리더십 및 정부공개법(Hones Leadership and Open Government Act)'이 로비관련 규제를 다루고 있다.

로비스트들은 등록 이후 활동할 수 있으며 등록 의무 위반 시 최대 20만달러 이하 민사 벌금, 5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전직 의원, 고위 관리는 퇴직 후 2년간 로비스트로 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현직 관료들은 2년동안 직전 상사와 만나는 시간을 2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캐나다는 '로비법(Lobbying Act)'을 제정해 사용하고 있고, 호주는 로비 관련 '공무원행동규범(Lobbying Code of Conduct)'을 제정했으며, 영국은 '로비의 투명성, 비정당의 선거운동 및 무역조합 행정에 관한 법'을 그리고 프랑스는 '로비 활동 규제 법(Loi sur la transparence de la vie publique)'을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로비스트들은 등록 후 활동할 수 있으며, 등록된 로비스트는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리고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보고하여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로비를 합법화하는 법률은 따로 없으며 국가공무원윤리법과 알선이득처벌법 등으로 불법적으로 로비청탁자금을 받는 관료의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로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공직에 있는 자의 알선 행위에 의한 이득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한 알선, 청탁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3년간 징역 또는 250만엔 이하 벌금을 내게 된다.

출처: 각국의 로비관련법

우리나라에서 로비제도의 법제화는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에는 현재 로비와 로비스트, 로비 활동을 규정하는 법률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로비와 로비스트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음성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로비 활동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로비 제도를 도입하려는 최초의 노력은 2000년 5월 참여연대가 로비스트의 공개 등록, 로비 활동내용의 공개, 로비 활동 규제 및 가이드라인 설정, 불법적 로비 활동의 처벌 등을 골자로 한 '로비 활동 공개법'을 입법 청원한 이후 17대 국회에서 몇 개의 법안이 제출되었다.
 외국 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 (정몽준 의원 등 29인 공동발의, 2004년 8월 26일)
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에 관한 법률안 (이승희 의원 등 10인 공동발의, 2005년 7월 13일)
 로비 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이은영 의원 등 33인 공동발의, 2006년 10월 11일)

이와 같이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비의 합법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법제화까지 이르지 못했다. 1998년 이후 상품시장 규제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우리나라의 로비(청탁)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로비스트 등록제를 도입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로비 규제가 OECD 회원국 중 8위로 높은 수준에 있지만 로비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아 규제 담당 공직자가 이해관계자를 개인적으로 음성적으로 만나게 되고, 부패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로비스트 등록제를 도입해 시행한다면 더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으며, 미등록 로비스트에 대한 제재 조항을 신설해 제도권으로 들어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비스트를 등록하게 되면 당장 가시적 효과를 볼 수 곳이 바로 무기획득 분야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부정부패 및 비리사건의 40%가 각국의 무기획득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할 정도로 무기도입 때 로비스트와 정부관계자들의 뒤거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방산비리가 끝없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바로 국내 및 외국 무기개발자들이 고위관료와 군관계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에서 로비스트 양성화를 통해 법적 범위 내에서 로비 활동을 허용하고, 관리 및 감독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 3편에서는 노동시장의 갈등,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갈등의 해법 등을 다룰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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