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한국소비자원이 티몬·위메프 사태 집단분쟁조정이 불성립할 경우 피해 소비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간 소송 지원을 받은 건수는 극소수에 그쳐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 티메프 사태에 4.5억 편성…분쟁조정·소송 지원 나서
2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에 따르면 내년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사업비를 19억500만원으로 편성했다. 올해(11억7000만원)보다 7억3500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중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을 위한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사업비 4억5000만원이 신규 투입됐다. 집단분쟁조정 지원에 3억5000만원, 소송 지원에 1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법원이 10일 티몬·위메프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사진은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의 모습. [뉴스핌DB] |
집단분쟁조정은 50인 이상 소비자가 같은 물품이나 비슷한 유형으로 피해를 봤을 때 일괄 구제하는 제도로,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조정 성립 시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조정결정에 소비자와 사업자가 동의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소비자나 사업자 둘 중 한 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정은 불성립된다. 이 경우 소비자원은 '소비자소송지원' 제도를 통해 민사소송을 지원한다. 한국소비자원 소속 변호사가 소장(답변서)을 작성해 주고, 소비자소송지원변호인단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한다.
기존 소비자소송지원 제도는 무자력자,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배려계층이나 3000만원 이하 소액 사건 등에 대해 소송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다만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이 다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지원해 준다.
소비자원 "소송 지원 제도는 취약계층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 지원하기도 하지만 티메프와 같이 사회적 이슈가 있는 사건이 불성립했을 경우 계층과는 무관하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두 개의 집단분쟁조정이 접수돼 있다. 여행숙박·항공 분야(9028건)와 상품권(1만2977건)으로 나뉘어 신청 건수는 모두 2만20005건이다.
소비자원은 예산이 확정되면 티메프 관련 집단분쟁조정을 위한 전담 인력을 충원하고 전산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 피해자 10명 중 1명만 소송 지원 받아…제도적 지원 미흡
문제는 그간 소송 지원을 받았던 소비자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분쟁조정 불성립 건 4004건 중 소비자원이 개별 소송 및 집단 소송을 지원한 건수는 9%에 그친다. 개별 소송 지원은 374건, 집단 소송은 1건(머지포인트 사태)에 불과했다.
티메프 사태 이전까지 접수 건수가 가장 많았던 머지포인트 집단분쟁조정(7203건) 당시 소비자원은 5467명에게 22억원을 손해를 배상해야다고 판단했지만, 머지포인트가 받아들이지 않아 불성립됐다.
머지포인트 분쟁조정이 불성립되자 손해배상 대상 중 절반도 되지 않는 2401명(44%)만이 소송 지원을 받았다.
소비자원은 "소송 지원은 신청자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집단소송법이 없어 소비자기본법 내 집단분쟁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법적 효력도 없고 불성립 시 개인이 소송을 내야 해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허경옥 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게 법적 조치를 바꾸지 않으면 (티메프 사태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전 문제점 개선을 위한 사업자 지급 강화 등도 필요하고, 사후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 관련 법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에서 피해자들이 환불을 기다리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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