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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vs 영풍, 격화되는 지분 전쟁...영풍정밀 지분 캐스팅보트 역할

기사등록 : 2024-09-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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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돌입
영풍정밀, 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
양측 간 상호 뺏는 지분..."3.7% 지분 격차 효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75년간 공동 경영을 이어온 글로벌 비철금속 1위 기업 고려아연이 3세 시대를 맞아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며 장 씨 집안의 ㈜영풍 측과 최 씨 집안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우호 지분(백기사)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풍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를 선언했고, 최 회장은 고려아연과 고객사의 지원 속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하는 등 백기사 점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의 경영 실패를 문제 삼고 있고 최 회장 측은 영풍·MBK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화(7.75%), 현대차(5.05%), LG화학(1.89%), 한국앤컴퍼니(0.75%) 등 대기업 외에 영풍 그룹의 계열사인 영풍정밀이 지분 경쟁의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제공] 

23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정밀은 경영과 소유 모두 최씨 집안의 소관인 계열사다. 고(故) 최기호 창업주의 4남인 최창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최대주주는 최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부인 유중근 씨(6.27%)다. 유 씨의 지분 6.27%를 포함해 최 씨의 영풍정밀 지분은 35.24%다.

영풍정밀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이유는 영풍정밀이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 집안은 MBK의 공개 매수로 장 씨 집안과의 '특별 관계자' 관계가 해소되어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영풍 그룹의 계열사인 특별 관계자이기 때문에 공개 매수 기간 동안 자기주식을 사들일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풍정밀의 가치가 높아졌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은 1.85%로 많지 않지만, 영풍 측과 최 회장 측이 상대방으로부터 '빼앗고 빼앗기는' 지분이기 때문에 중 영풍정밀이 의결권을 어느 쪽에 행사하는지에 따라 2배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려아연 측에서 자금을 확보해 지분 경쟁을 이어나가고자 할 경우, 가장 적은 자금으로 많은 지분 격차를 방어할 수 있는 부분은 영풍정밀"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제3자에게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가치가 보이는 그대로인 1.85%에 해당하지만 영풍 또는 고려아연 측 당사자에게는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상대 측으로부터 가져오는 셈"이라며 "고려아연 3.7% 지분 격차를 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지분 '취득'이 아닌 지분 '격차'가 목적이라면, 고려아연의 유통 물량 매수보다 영풍정밀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염두에 둔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과 함께 공개 매수 대상 회사로 영풍정밀도 함께 공시했다. 공개 매수 가격은 2만 원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공개 매수로 최대 목표 수량을 확보하면 의결권 기준으로는 50%가 넘어간다"며 "그 다음에 저희가 영풍정밀을 공개 매수하고 있다. 그것을 합치면 충분히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도 영풍정밀을 통해 반격에 나선 상태다. 영풍정밀은 영풍 지분 4.39%를 소유한 주주다.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장형진 영풍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 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영풍정밀은 "영풍의 주주로서 이들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밀실 공모'로 이루어진 MBK와 영풍 간 계약으로 인해 주식회사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와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게 되는 등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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