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에 따라 전선 업계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금리인하로 지지부진했던 구리 가격이 소폭 반등하는 상황까지 더해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연간 합산 매출이 올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LS·대한전선, 상반기 호실적 달성…하반기도 순항중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조3646억원, 영업이익 15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5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액은 5조6216억원으로 48.1% 늘었다. 하반기 역시 순항 중인 상황이라 연간 기준 역대 최초로 7조 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대한전선의 분위기도 좋다. 대한전선은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6529억원, 영업이익 66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것이다. 이번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반기 실적을 측정하기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으로 하반기에도 흐름을 이어가 매출 3억원을 무난하게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조감도. [사진=LS전선] |
◆ 글로벌 수주량·시설설비 확대로 입지 강화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량을 늘리고 시설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LS전선은 1조원을 투자해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이 공장은 세계 최고인 200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가 설치된다. 공장은 연내 착공, 2027년 준공될 예정이다. 회사는 미국 해저캐이블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판단, 미국 현지 공장으로 턴키(일괄 공급) 솔루션을 제공해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에 버스덕트·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 등 신규 공장 두개를 착공했다. 이 공장은 멕시코 중부 케레타로주 산업단지에 12만6000㎡(약 3만8000평) 부지에 연면적 1만6800㎡(약 5082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며, 오는 2025년 하반기부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케레타로 공장을 북미 시장 수출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올해만 미국에서 6100억원 규모의 수주를 성사시켰다.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 전력망을 신규 전력망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회사는 초고압 전력망 자재 일체를 공급한다.
대한전선은 기존 베트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과 쿠웨이트까지 글로벌 4각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지배력 강화를 노린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
◆ 구리값 상승 호재까지
여기에 구리값이 소폭 반등했다는 점도 국내 전선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조단가가 상승해 제조사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전선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이 있어 오히려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현물)은 이날 기준 9813달러로 지난주(9288달러) 대비 5.7% 증가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와 달리 국내 전선 업체는 글로벌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전선 시장은 중국 기업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기 힘들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신규 기업의 진입도 어렵기 때문에 확대되는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 부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