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찰이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공소 제기를 취소했다가 약 한 달 후 동일한 공소사실로 다시 기소한 경우 형사소송법상 재기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7년 12월경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돼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검찰은 A씨의 공소장 내용 일부를 수정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으나 2018년 5월 A씨의 공소사실 전부를 취소한다며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공소취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고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소송법 제328조 1호에 따르면 검사의 공소가 취소됐을 때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같은 해 7월 이미 확정된 A씨의 사기 사건과 동일한 공소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확정된 사건에서 증거조사 없이 공소가 취소됐기 때문에 재기소한 사건에서 제출된 모든 증거가 법원의 입장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29조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1심은 "이 사건 공소는 공소취소 후 재기소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329조를 위반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327조 4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각 증거들이 공소취소 후 비교적 단기간인 한 달 남짓한 기간 내에 수집된 사정을 고려해보면 검사가 새롭게 조사해 제출한 증거들은 공소취소 후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볼 수 없거나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로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행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취소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소송법 법문에 충실하게 공소취소 후 재기소 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 후 재기소 요건의 적용범위와 해석 등에 관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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