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차기 일본 총리로 결정되면서 향후 북한과 일본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제28대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이어 일본 내각을 이끌게 됐다.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중앙).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일 역사 문제 등에서 일본 우익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온 이시바가 전향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북한 또한 전임자에 비해 누그러진 톤의 정책노선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북한이나 북일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에 대해 보수・우익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권 분위기와 달리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의 글을 실었다.
이시바 총재는 당시 "우리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전후 독일의 반성 태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시바 총재도 일본 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일본의 독자제재에 계속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이라는 북일 관계의 핵심 고리를 풀기 위해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02년 9월17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
이 과정에서 북한도 새 총리 취임을 계기로 한 일본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대미 중심의 외교정책이나 핵・미사일 전략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일본 문제 또한 방치할 수 없는 현안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건 북송 재일교포 출신 어머니를 둔 김정은이 일본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대목이다.
오사카 출신 무용수인 생모 고용희는 어릴 적 김정은에게 일본에 대해 적대감 보다는 친근감을 보여주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일본제 렉서스 세단을 직접 몰고 다니거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SUV)를 경호차량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적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딸 주애의 식탁에 일제 깨소금이 발견되기도 했다.
주민들에 대한 반미교양이나 반일 사상교육은 관성적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정은의 이런 인식이 북일관계 진전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우리 대북 정보당국과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경우에 따라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 로드맵과 대북 경제・식량 지원 등이 맞물리는 빅딜이 북일 간에 전격적으로 진행될 공산도 있다.
11월 대선 이후 미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일본은 제3국 비밀접촉 등을 통해 평양 측의 의향을 타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전면에 나서 북일 관계의 해법 마련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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