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할당관세 효과가 미미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할당관세 수입 품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 품목과 수입액은 35개 품목,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말 20개 품목, 6조4000억원에서 각각 10개 품목, 4조4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작년에도 할당관세가 적용된 품목은 43개로, 수입액은 1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품목이 67개 품목으로, 수입액은 5조6000억원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1년 반 동안 2021년 대비 늘어난 할당관세 수입액은 약 8조원이 이른다.
할당관세 품목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 사료나 가공품 원료에 국한되던 것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자마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비롯해, 대파 양파 등 민감품목으로 확대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고관세인 각종 과일 품목에 대한 빗장도 대거 풀었다.
이 때문에 농축산물 수입업자에게 돌아가는 관세지원액이2021년 1854억에 불과했으나 2022년 5520억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에는 3934억, 올해의 경우 30~50%의 고관세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대폭 확대로 사상 최대의 관세지원이 예상되면서 윤정부 2년 반 만에 관세 추가지원액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2년 연속 세수펑크 상황에서도 할당관세를 통한 감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국회의원(사진=임미애의원실) |
문제는 무분별한 할당관세 수입 증가로 수입업자들은 엄청난 관세 혜택을 누린 반면 그로 인한 물가인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2022년 할당관세 품목별 물가안정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재 1% 인하 시 소비자가격 인하효과는 소고기 0.12%, 돼지고기 0.51%, 닭고기는 0.28%가 최대치였고 인하 시점도 7개월에서 1년이나 걸렸다.
할당관세 가격 인하분의 50~90%는 소비가 가격에 전가되지 않고 유통비용으로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가져갔다는 의미다.
양파는 1개월 뒤 0.8%까지 가격이 내려갔으나 3개월 뒤부터 오히려 가격이 계속 올라 할당관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농축산물 등 최종소비재에 대한 할당관세 지원은 소비자물가로의 전가율이 낮아 효과가 낮다고 적시했다.
예고 없는 할당관세로 국내 농업 생산농가는 기반이 무너지는 등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국내 산업 보호기능이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묻지 마 식으로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데만 혈안이 되었을 뿐, 이로 인한 농가 피해에 관해서는 확인이나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업계가 품목별 자조금 단체 등을 통해 계약재배 등 농산물 수급조절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수입물량이 들어올 경우 가격안정을 위한 사전적 수급정책에 차질과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임미애 의원은 "세수펑크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효과도 불분명한 할당관세 품목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며 "묻지 마 식 할당관세 수입확대 이전에 농가 피해에 대한 영향분석과 수입농산물 유통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