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란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18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부분이 공중 요격되면서 이스라엘의 4중 방공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공격 때와 달리 모든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만 구성돼 이스라엘 방공망의 진가가 더욱 빛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탄도미사일 120여발 이외에 순항미사일 30여발, 공격용 드론 170여대 등이 동원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이번 공격은 실패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이스라엘의 방공망 덕분에 공격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헤란(이란)이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공습을 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과 미군의 역량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돔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기 위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후 7시31분 이스라엘을 향해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 각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이스라엘 상공에 도착하는 데 7~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발사한 미사일의 90% 이상이 목표물에 명중했다"면서 "텔아비브와 그 주변의 군사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달랐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이란이 발사한 180여발의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고 일부만 지상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란 미사일 공격에 따른 인명피해는 가벼운 경상자 2명이 전부였다. 주요 시설이나 장비, 무기 등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드론 배제하고 탄도미사일만 발사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월과 비교할 때 이번 공격은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이번엔 이란이 공격 예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4월 공격 때는 한참 전에 "공격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번에는 공격에 임박해서 주변 아랍 국가들에게 "지난 번 수준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전보를 보내는 데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은 이번에 아무런 경고 없이 공격을 단행했다"면서 "미 국방부와 뉴욕 유엔(UN)의 이란 관계자들은 모두 '이란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둘째 이란은 이번에 탄도미사일로만 공격을 했다. 이는 전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란은 4월 공격 때 탄도미사일 이외에 드론 170여대와 순항미사일 30여발을 함께 쐈다.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 거리는 약 1600㎞ 정도이다. 드론이 이 거리를 날아가려면 최소한 몇 시간 이상 걸린다. 이스라엘과 미군이 사전에 탐지하고 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은 최고 시속이 18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군용 드론(시속 400㎞)보다 느리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드론의 99%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탄도미사일만 쐈다. 상대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파비안 힌츠 연구원은 "이란이 드론을 배제한 것은 이스라엘 방공망의 대응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느린 드론은 몇 분 안에 도착하는 탄도미사일에 비해 상대에게 더 많은 준비 시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순항미사일도 탄도미사일에 비해 도중에 요격당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권 밖까지 올라갔다가 초음속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로켓 추진으로 비행하기 때문이다.
◆4중 방공망… 아이언돔·다윗의돌팔매·애로
이번 요격 작전에는 미국과 영국의 도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대변인 팻 라이더 소장은 "지중해에 있던 두 척의 미 해군 구축함에서 12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영국군이 중동에서 추가 확전을 막기 위한 시도에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란 미사일의 거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와 지상 방공망이 요격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단거리에서 장거리에 이르기까지 4중으로 구축돼 있다.
최상층 장거리 방어체계로는 이스라엘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애로우(Arrow·화살)-3'가 있다. 최대사거리가 2400㎞에 달하며 대기권 밖(고도 100㎞ 이상)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2017년 실전배치됐다.
1000㎞ 이내 목표물은 애로우-2가 맡는다. 대기권 내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 임무를 책임지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과 같은 300㎞ 이내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개발한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가 담당한다. 2017년 실전에 투입됐지만 작년에야 실제 운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한 것도 '다윗의 돌팔매'였다.
아이언돔(Iron Dome)은 70㎞ 이내에서 발사된 로켓과 미사일, 박격포 등을 요격하는 단거리·저고도 방공망이다.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 등 인근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최적화되어 있다. 2011년 처음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21년 가자 분쟁 당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등이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 지역을 향해 쏜 발사체의 90% 이상을 아이언돔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