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는 4일 "최대 7% 고금리의 2조7000억원 차입금으로 진행되는 최윤범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금전적, 재무적 차원에서 고려아연은 물론, 남은 주주들에게까지 적지 않은 피해로 다가올 전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소각은 세계적 흐름으로, 2조7000억원 소각에 따라 고려아연의 ROE(자기자본이익률)은 9.6%로 대폭 상승한다"고 반박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우)과 강성두 영풍 사장(좌). [뉴스핌DB] |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조7000억원 대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하게 되면, 고려아연의 순자산이 27%가량 감소한다"며 "고려아연의 2024년 반기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은 9조8000억원 정도이나, 자기주식 취득 후 순자산은 7조1000억원으로 축소된다. 순자산의 감소는 기업가치에 대한 주주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급격하게 상승한다"며 "올해 반기말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36.5%였으나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공시한 바에 따르면, 반기말 대비 차입금이 3조1000억원(CP 발행 4000억원 + 2조7000억원 차입금) 증가해 부채비율이 95%에 가까워지고 '순차입금/EBITDA'도 1.73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고려아연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조정 검토 기준인 '순차입금/EBITDA가 0배 또는 0.5배 이하'를 큰 폭으로 상회하게 돼, 고려아연은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BK는 "최근 CP 발행 금액과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한 차입금 2조7000억원까지 차입금 총 3조1000억원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이자비용만 약 186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그만큼 고려아연의 순이익도 감소시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반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현금 상태이지만 2조7000억원 차입금을 자사주 취득으로 대부분 지출할 경우, 고려아연은 약 2조원의 순차입 상태로 즉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금전적, 재무적 피해가 남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연결 기준 고려아연의 2024년 반기말 기준 직전 12개월 당기순이익은 약 5590억원이며, 현재 발행주식 총수 2070만3283주를 감안할 때 주당순이익(EPS)은 2만6985원이다.
MBK는 "차입금 3조1000억원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예상 이자비용 약 186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약 413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식 수 320만9009주 감소를 감안하면 주당순이익이 2만3624원으로 약 12.5% 감소한다"며 "남은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그만큼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당순자산(BPS) 기준으로도 남은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2024년 반기말 순자산(자본총계)은 9조8000억원으로 현재 발행주식 총수 2070만3283주를 감안할 때 주당순자산은 47만1374원이나, 자기주식 매입에 따른 자본 2조7000억원 감소 및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주식 수 320만9009주 감소 후의 주당순자산은 40만5591원으로 약 14.0% 감소한다"고 했다.
이어 "2조7000억원 차입금으로 대규모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 고려아연이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약 14조원(12조원은 트로이카드라이브)의 투자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스핌DB] |
고려아연은 MBK의 주장에 대해 "초우량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몰이해를 또 드러냈다"며 "자기주식 소각은 세계적 흐름으로, 2조7000억원 소각에 따라 고려아연의 ROE(자기자본이익률)은 9.6%로 대폭 상승한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2019~2023년까지 연평균 에비타(EBITDA)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에비타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라며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금을 일으킨 까닭에 이자비용이 늘어나지만, 고려아연은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비유동자산 중 하나인 장기투자자산을 매각해 올해 6월 말 별도기준으로 약 8060억원을 현금화 할 수 있다"며 "부채 감축이 필요한 때에 장기투자자산을 활용해 대응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현재 정부는 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에 자기자본이익률(ROE) 향상 중심의 주주환원책을 주문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에 공감해 배당 확대,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 회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ROE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약 2조7000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면, 고려아연의 ROE는 6.7%(2023년 별도기준)에서 9.6%로 대폭 상승한다. 이는 국내 상장사 10년 평균치(금융위 2024년 2월 발표 기준 7.98%)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현재(2023년 별도기준) ROE는 -2.5%다. ROE가 마이너스를 보이는데도 영풍은 단 한번도 주주환원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으며, 미래 전략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대주주 이익만 챙길 뿐 일반주주의 이익에는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MBK는 영풍의 ROE부터 지적하고, 영풍의 부족한 주주환원책부터 챙기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