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연인과 가족 등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친밀 관계 폭력의 신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당 신고 대다수가 긴급 출동을 필요로 하는 코드1 사안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대부분 입건 없이 종결 처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교제폭력의 신고 건수는 2021년 5만 7305건에서 2023년 7만 7150건으로 34.63% 증가했다. 가정폭력 역시 신고 건수가 매해 5000건 이상 증가했다.
경찰청 [사진=뉴스핌DB] |
이와 같은 친밀 관계 폭력 신고에서 긴급 출동이 요구되는 '코드1'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교제폭력 신고 건수 25만 3559건 중 코드1 지정 건은 18만 2455건(72%)이다. 같은 기간 가정폭력 신고 건수 중 코드1 지정 건 비율은 80만 5560건 중 62만 845건으로 74.8%에 달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신고된 친밀 관계 폭력의 절반 이상을 현장 종결로 처리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112 신고 처리 현황에 따르면 교제폭력은 전체 4만 8314건 중 2만 6636건(55.13%)이 현장 종결로 처리됐으며, 검거 건수는 2730건(5.65%)에 불과했다. 타청·타서 인계, 상담소 인계 등을 포함한 인계 건수 역시 8719건(18.05%)에 그쳤다.
코드1 사건은 신고 당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발생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 또는 그 직후인 경우를 뜻해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 조치와 입건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코드1 사건이 대다수인 친밀 관계 폭력의 절반 이상을 입건도 하지 않고 현장에서 마무리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종결 건수가 높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의사 ▲폭행이 없는 단순 말다툼·시비·귀가 희망 등 경미 사안 ▲제3자가 신고한 경우 ▲현장에서 피해 사실 불발견 ▲현장 이탈 등을 꼽았다.
하지만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입원 열흘 만에 숨진 교제 폭력 살인 사건의 경우 신고 당시 피해자 처벌 불원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가 벌어졌으나 긴급 응급 조치, 잠정 조치 등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추가 피해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6.13 leehs@newspim.com |
용혜인 의원은 "교제 살인 사건 등으로 친밀 관계 폭력의 위험성이 연일 드러나고 있지만 막상 수사 현장에서는 입건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친밀 관계 폭력을 사적인 다툼으로 치부해온 경찰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경찰에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요구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친밀 관계 폭력에 대한 입법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담 경찰관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