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끌고 가서 쇠사슬로 묶어서 밟고. 1년을 살고 나왔는데 그 후유증이 아직도 있어요. 삼청교육대 갔다 왔다고 하면 손가락질 받고 낙인이 찍혀서 어디 취직할 수도 없고. 인생을 망쳤는데 겨우 1억을 배상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본인들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하면 위자료 액수가 턱없이 적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상우 부장판사)는 10일 삼청교육대 보호감호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각 피해자들의 보호감호 처분 내용과 기간 등에 따라 국가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2억4000만원 정도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피해자 A씨는 "고등학생 철없는 나이에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당시 등본에 삼청교육대 인증 도장이 낙인처럼 찍혀서 아무 곳에도 취직을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다 해체됐고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겨우 1억을 배상하라니. 제 나이가 이제 70이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텐데 오늘 판결을 보니 말이 잘 안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을 대리한 조영선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적 감수성이 부족한 재판부의 기조가 드러난 판결"이라며 "이분들이 겪은 고통에 비해 너무나 적은 금액이 인정됐다. 이는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지난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계엄포고 제13호에 의해 군부대에 삼청교육대를 설치하고, 약 4만명을 수용해 순화교육, 근로봉사 등을 시키며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건이다.
당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분류된 7500여명은 사회보호법 부칙에 따라 최장 40개월까지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는데 이들은 군부대에 계속 수용돼 사회와 격리된 채 근로봉사, 순화교육을 명목으로 노역하면서 인권이 침해되는 불이익을 겪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삼청교육대의 법적 근거가 위헌·무효라는 2018년 대법원 결정에 따라 삼청교육대 입소 자체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 인권침해로 확인됐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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