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진보당의 현수막을 철거한 구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진보당이 서울 송파구청장과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정당현수막 철거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
진보당은 앞서 지난 1월 길거리에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구청은 해당 현수막이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당시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자진 철거를 요청했으나 진보당이 응하지 않자 철거했다.
법원은 구청이 근거로 든 조례 규정이 상위법령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된다며 진보당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7월 해당 서울시 조례 규정이 조례에 대한 관계에서 법령의 우위를 명시한 헌법 제117조 1항과 지방자치법 제28조 1항 본문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례 규정은 정당 현수막의 설치·표시에 관한 내용을 규율하고 있다"며 "현수막의 설치·표시는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옥외광고물법의 개정 경과와 그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입법자의 결단 역시 법령을 통해 직접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전국에 걸쳐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규율하려는 취지였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당 현수막에 관한 규율은 그 본질상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위임 없이도 조례로 규율할 수 있는 사항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하위법령인 조례로서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이 정당 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례 규정은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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