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인공지능(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인력 감축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정체된 통신 부문의 군살을 빼고 AI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 재배치를 결정했다.
이통3사 로고. [사진=뉴스핌DB] |
자회사 이동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희망퇴직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첫 번째 희망퇴직이다. KT는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인력 재배치와 특별희망퇴직이 주요 내용인 '현장 인력구조 혁신방안'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신설 자회사로 옮기는 부서의 현업 인원은 57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KT에서 근무하는 직원수는 총 1만9370명이다. 자회사로 이동하는 인원의 비율은 전체의 30%인 셈이다.
자회사 설립 후 인력 이동은 조직의 몸집을 줄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KT의 근무인원 1만9370명은 5741명이 근무 중인 SK텔레콤의 3배가 넘으며 1만695명의 LG유플러스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인력 이동이나 희망퇴직으로 5700여명이 근무인원에서 제외된다면 KT의 직원수는 1만3000명대로 줄어들게 된다. 자회사로 전출이나 희망퇴직을 하는 이들에게는 일시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AICT(AI+ICT) 회사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를 전사적으로 강화하는 등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AI, 클라우드, IT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MS와 협력해 내년 1분기에 AI·클라우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설립해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번 자회사 신설 및 인력 배치도 AI 전환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앞서 SK텔레콤도 희망퇴직 시 위로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확대했다. SK텔레콤은 기존에 '넥스트 커리어'라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는 인생 2막 시작을 응원하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9년부터 시작했다. 기존에는 희망퇴직 시 50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했는데 지난달부터 이를 3억원으로 확대했다.
25년 이상 근속하거나 만 50세 이상의 직원은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희망퇴직 위로금 확대가 인위적 인력 감축이나 구조조정과는 다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넥스트 커리어는 퇴직 프로그램이다보니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며 "직원들은 유급 휴직 후 복직이나 퇴직을 선택할 수 있고 퇴직 결정 시에 3억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당장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면 LG유플러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이통사들의 희망퇴직 확대는 AI 전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실시할 때 높은 수준의 인적 투자비가 드는데 이를 줄여가며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기업이 어려워서 하는 구조조정이라기 보다는 서비스 전환, 업무 조정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인력 조정이) 단지 AI뿐만 아니라 보다 유연하게 기업이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업계 선두 SK텔레콤이 움직이면 다른 기업들도 지켜보며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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