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계가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다. 고물가와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 여파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인력을 감축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또 사옥을 이전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비용 절감을 위한 유통업체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전경. [사진=세븐일레븐] |
◆롯데·신세계 계열사, 줄줄이 인력 감축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이 잇달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시행 관련 공지문을 게시했다.
신청 대상은 만 45세 이상 사원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사원이다. 대상자에게는 18개월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이 지급된다. 신청기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1988년 창사 이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36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편의점 시장을 개척했던 선발주자인 롯데 세븐일레븐이 실적 후퇴 여파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최근 3년여간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22년 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551억원을 기록하며 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4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전경 [사진=롯데면세점] |
세븐일레븐 외에도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중 올해 들어 희망퇴직에 나선 곳은 2곳 더 있다. 지난 6월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줄곧 손실을 내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20년에는 9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후에도 매년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2021년 영업손실액은 1558억원인 데 이어 2022년엔 1559억원, 2023년은 856억원, 올 상반기에는 5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8월엔 롯데면세점 역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후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을 시행했다.
신세계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이후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 역시 지난 7월 희망퇴직으로 인력 감축 나선 바 있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부문 첫 희망퇴직이었다.
두 달 뒤인 지난달 27일엔 신세계그룹은 G마켓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21년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산청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직원이다. 대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특별 위로금으로 월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이 지급된다.
SSG닷컴 본사.[사진=SSG닷컴] |
◆사옥도 옮긴다...'임대료 다이어트' 총력
유통업계는 사옥 이전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들도 줄줄이 이사에 나섰다. 롯데하이마트는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을 임대하고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서울 보라매역 인근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롯데온 역시 지난 7월 사옥을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옮겼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같은 달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 이스트센트럴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SSG닷컴은 '임대료 다이어트'에 나섰다. SSG닷컴은 서울 강남 센터필드 입주 2년 만에 서울 영등포구로 본사를 이전한다.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던 1세대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는 지난달 경기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사옥 옮겼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퀘어 5개 층을 사용했지만,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월 임대료가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을 결정했다.
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유통 시장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빅블러(Big Blur,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까지 가세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저성장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유통업체들의 마른 수건 짜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 없다는 판단에 업체들이 고정 비용을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라며 "고정 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 인건비를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경기 침체가 더 길어진다면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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