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기술 특허를 두고 진행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HS효성첨단소재의 싸움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HTC는 수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혼합한 것으로, 수익성 강화가 유력한 제품이라 양 측이 더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소송 핵심 쟁점은 HS효성첨단소재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HTC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다. 코오롱 측은 두 차례 기각 소송 흐름을 뒤집기 위해 구체적인 침해 사실 소명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CI. [사진=코오롱인더] |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HS효성첨단소재와의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해 세 번째 수정된 소장을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미국 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HTC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한 소장을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소장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HS효성첨단소재의 기술 침해로 인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소장에는 구체적인 침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고, 미국 법원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소송 담당 판사 제임스 셀나는 최근 기각 결정에서 "코오롱의 직접 침해 주장은 HS효성이 아닌 타이어 제조사들의 판매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직접 침해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HS효성첨단소재가 HTC제품을 직접 미국으로 수입한다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HS효성 관계자는 "코오롱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준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오롱 측은 HS효성 측이 미국 특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자신들이 처음 한국에서 아라미드를 사용한 HTC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HS효성 측이 이 기술을 무단 이용해 만든 HTC를 한국타이어에 납품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HTC를 활용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만들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사진=효성] |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장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최근 전기차 타이어코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 매출은 2023년 28억달러였지만 2030년 11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타이어코드를 최대 20%가량 더 사용하고, 내연기관차 타이어보다 교체 주기도 짧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타이어보다 비싼 값에 자주 팔 수 있어 알짜 품목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소송 장기화를 예상하는 배경이다.
현재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1, 2위는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이다. 이에 방어 차원에서 미국에서 소를 제기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이 주장한 금액도 상당할 것이란 후문이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규모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HTC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코오롱과 효성 모두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손해배상액 규모는 수천억원대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HS효성첨단소재가 당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회사의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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