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위고비의 국내 상륙으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체중 감량 효과는 확실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약물 개발에 한창이다. 한국인 맞춤형부터 복용 편리성을 높인 경구형(먹는) 치료제까지 다양하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약물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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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전통 제약사뿐만 아니라 바이오 벤처들까지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만치료제 개발에 앞서가고 있는 한미약품은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통해 한국형 맞춤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로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국내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임상을 마무리 짓고 2027년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한국형 치료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비만치료제와 차별성을 지닌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치료제 'HM15275'에 대해서도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M15275는 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됐다. 근손실을 최소화하고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비만학회에서 후속 비임상 연구 발표를 앞두고 있다.
유한양행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YH34160'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상 단계에서 11.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을 준비한다.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사이윈드)로부터 3세대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를 도입했다.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현재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최근 비만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DA-1726는 GLP-1 수용체와 Glucagon(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기전을 가졌다.
바이오 벤처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 열풍에 합류했다.
올릭스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및 비만치료제 'OLX702A'의 임상 1상을 호주에서 실시하고 있다. OLX702A와 위고비의 병용 투여 효력을 확인하는 전임상 동물효력시험에서 위고비 단독투여군 대비 체중과 체지방률, 복부 둘레의 감소 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 또한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두 건의 물질 특허를 출원하며 개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들의 전임상 시험을 위한 대량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열량 식단으로 인해 비만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비만연맹은 2030년 비만 인구가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치료제 시장 또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도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줄일뿐만 아니라 복용 편의성을 높이거나 반감기를 늘리는 등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치료제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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