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법적 다툼에 나섰다. 소송에 참여한 수험생은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2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 무효 확인 소송과 논술전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부지법에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 측은 연세대 총장 윤동섭으로 전날 접수돼 재판부 배당 예정이다. 소송 소가는 5000만 원이다. 소송에 참가하는 학생은 18명으로 학부모 등 법정 대리인을 포함하면 34명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사진=뉴스핌DB] |
이번 문제 유출 논란으로 피해를 본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선 시험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낸 뒤에 연세대의 대응 방안을 보고 손해배상까지 검토하고 있다. 해당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 A씨는 "정신적 물적 피해가 크다"며 "논술 시험을 위해 특강을 듣는 등 각종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회를 하나 날렸다. 논술 기회를 하나 잃어버렸기에 정시라도 잘 봐야 되는 입장"이라며 "연세대 측의 입장문을 보고 움직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25수능 연대 수리논술 집단소송방' 오픈 채팅방이 운영 중이다. 현재 230여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 등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소송인단을 꾸리고 제반 비용도 나누어 부담하고 있다.
시험 사고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전에도 제기됐다. 2020년에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수능 시험장에서 종료 벨이 3분가량 일찍 울렸다. 당시 수험생들은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심에서 1인당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에는 감독관이 시험 시간을 착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수험생에게 200만 원의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이 문제의 시발점은 시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연세대에 있지만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연세대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도중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사전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련이 없다. [사진=뉴스핌DB] |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서 시험지 선 배포와 문제 유출, 문항 오류 등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고사장에선 감독관의 착각으로 시험지가 1시간 일찍 배부됐다. 뒤늦게 시험지가 회수됐지만 이 과정에서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시험의 문항 오류도 발견됐다. 해당 논술 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도중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연장했다.
연세대 측은 수험생과 학부모에 사과했지만, 여전히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논술 시험에서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돼 입시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는 문제지 등을 불법적으로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수험생들을 형사 고발했다.
교육부는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문제 유출로 인한 재시험 실시와 관련해 정부가 아닌 대학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전형은 대학 총장이 정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기에 재시험 여부는 해당 대학이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일원 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는 "사립대 입학시험은 수험생들의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만큼 최소 수능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함에도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불공정한 일이 있어도 맘껏 항의하지 못하는 수험생의 약점을 이용해 태만하게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연세대 수리 논술 시험 결과는 (매년 그랬듯 수능 다음 날인) 11월 15일에 조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시험까지 고려하면 11월 15일 전에 (소송) 결과가 나오고 12월 1일 전후로 재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법원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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