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건설업황 부진과 실적 역성장으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임원교체,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에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데다 내년에도 가라앉고 있는 실적이 개선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외형 확장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만큼 신규 임원승진은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기존 임원은 줄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등 건설사들이 불확실한 건설시장을 감안해 임원 인사를 평년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작년보다 두 달가량 빠른 이달 초 정기 임원 인사에 나섰다. 신규 선임 임원은 총 6명으로, 지난해 12월 정기인사(9명) 대비 승진 임원 수가 줄었다.
건설업황 부진에 건설사들이 임원 인사,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모습. [사진=뉴스핌 DB] |
DL이앤씨는 앞서 지난 3월 비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주택사업본부(6명), 플랜트사업본부(2명), 토목사업본부(6명), 경영지원본부(3명) 등 임원 18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 임원 57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작년 대대적인 임원 감축을 진행한 이후에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 사업 분야의 업황이 악화하자 올해도 신규 임원 인사에 보수적으로 나선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2명이 승진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임원 수를 기존 66명에서 51명으로 20% 이상 줄이는 과감한 조치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핵심산업인 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에너지사업 조직은 별도로 독립했다. 전통적인 건설업인 건축·토목·플랜트 조직은 솔루션사업 조직으로 통합했다.
건설업계가 위기 대응을 위해 과감한 조직체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연말을 앞두고 임인원사에 나설 기업들도 변화의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오는 11월과 12월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 중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는 삼성물산이지만 핵심 그룹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대내외적 위기론이 불거진 만큼 임원 인사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부사장 8명, 상무 14명이 승진했고, 작년 말 진행한 2024년 임원 인사에서는 부사장 4명과 상무 15명을 승진시켰다.
현대건설은 앞서 진행한 건설사 못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주요 건설사 중 영업이익률이 최하위인 2%대에 머물 정도로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원가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년에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1% 급감했다. 작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전무 2명과 상무 9명 등 총 11명이 퇴진했다.
대우건설은 내달 중순 임원 인사가 예정돼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3년차를 맞은 데다 주택업황 부진이 우려되고 있어 예년보다 조직개편의 강도가 강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에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업 운영을 위한 정상적인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단기간에 비용을 통제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임원 수 감축, 조직 통폐합 작업은 시차를 두고 당분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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