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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보다 더 큰 경고, 삼성위기에 오버랩된 중국 반도체 굴기

기사등록 : 2024-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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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가예산 동원 천문학적인 반도체 펀드 조성
'시진핑 반도체 재단' 삼성반도체 직원 스카우트
HBM과 중국 반도체 굴기는 삼성의 내우외환
삼성 신 인재 정책 혁신으로 활로 모색에기대감
정부, 반도체산업 국가 전략산업으로 대응해야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 발생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대략 10년쯤 전인 2015년 어느날의 일이다.

서울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삼성전자 반도체 부서에서 잘 근무하던 아들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중국에 가게됐다며 마뜩치 않아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아들이 중국 칭화대학으로부터 전액 장학금에 주거와 매월 상당액의 생활비까지 지급받는 파격적인 조건의 반도체 석사 과정 입학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였다.

칭화대 당국은 석사 과정을 마친후에는 미국에 가서 박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인재 스카우트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의 젊은 반도체 인재는 마음이 흔들렸고 꿈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결국 중국 반도체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인재 영입과 함께 자체 산학 기술 인력 육성에 발벗고 나선 것은 시진핑 집권기인 최근 10년 동안의 일이다.

시진핑 1, 2기 집권기 중국은 정부 주도로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인재와 기술개발에 쏟아부었다. 서방엔 중국 반도체 펀드 부도 뉴스가 끊이지 않았지만 마치 '쩐의 전술'을 펼치듯 중국은 실패를 딛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가 본격화할 무렵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모교인 베이징의 칭화대학교를 찾아 반도체 학과를 개설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칭화대학 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에 반도체 학과가 우후죽순 처럼 들어섰다. 캠퍼스를 나온 반도체 기술 인력에 의해 엄청난 수의 반도체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이무렵 세간에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대륙의 실수'가 재현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대륙의 실수'는 중국 기술굴기의 다른 표현으로, 샤오미가 세계 업계의 통념을 깨고 스마트폰을 내놓자 세계가 보인 반응이다. 지금 반도체 분야 '대륙의 실수'를 의심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불과 10여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가 한국을 따라잡는데는 10년 아니라 20년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 와중에서 '반도체 굴기'가 맹위를 떨치면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추격의 시간표는 10년 가까이 단축됐다.

혹자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제재가 한국에게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첨단 기술 굴기는 오히려 미국 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 무렵부터 코로나 기간에 걸처 가장 왕성하게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공항의 한 승객이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의 인력개발 관련 책을 쇼핑백에 담아 이동하고 있다.  2024.10.22 chk@newspim.com



중국은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한국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수율, 즉 경제성의 문제가 있지만 중국은 이미 구형 노광기에 기반한 자체 기술로 7나노 반도체를 개발하는데 성공, 미국 첨단 기술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AI 시대의 대세라고 하는 HBM 시장 대응에 실기한 것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촉발한 중요한 내부 원인중 하나라고 한다면 현재 진행중인 중국의 위협적인 반도체 굴기는 외생적 변수로서 삼성 반도체의 미래 생존 전략에 거센 도전이 되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엄청난 국가 예산으로 추진된 마(魔)의 중국 반도체 굴기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에 있어 당장의 HBM 실기 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 요인이 될 지 모른다.

반도체는 우리 한국에게 있어선 경제의 주춧돌과 같은 산업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삼성전자가 조직및 기술 혁신과 새 인재 정책으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로 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한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임을 놓고 볼때 정부 역시 넋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정부 역할에 있어 체제가 다른 중국을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대만이나 일본은 얼마든지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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