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최근 5년간 화학사고가 403건 발생했으나 사고물질이 환경이나 사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화학사고 영향조사'는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화학사고 현황'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총 403건이다.
이 기간 발생한 화학사고 403건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71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학사고 원인은 안전기준미준수 202건, 시설결함 135건, 운송차량사고 66건 등이었다. 사고형태는 화학물질 누출사고 318건, 화재 38건, 폭발 22건, 기타 25건이다.
화학물질누출사고는 전체 사고의 78.9%를 차지했다. 이들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은 57종으로 염산, 황산, 질산, 암모니아, 불산, 수산화나트륨 등 인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관리법에는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화학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자료=이용우 의원실] 2024.10.24 sheep@newspim.com |
환경부는 403건의 화학사고 중 화학사고 영향조사는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7건의 화학사고만 예비조사했고, 조사단을 구성한 영향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없거나 추가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용우 의원은 "환경부가 화학사고에 대한 권한만 쥐고 실제 화학사고 영향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물질의 특성상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들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환경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화학사고 영향조사 외에도 화학사고에 대한 환경부의 조치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403건의 화학사고 중 가동중지명령은 74건, 이외 사고에 대해서는 과태료, 고발, 경고 등의 조치에서 그쳤다. 심지어 절반에 가까운 193건의 화학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신규 기계 시운전 중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은 화학사고에도 예비영향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출된 화학물질은 아염소산나트륨으로, 해당업체는 구속기소처리(업무상과실치사상)됐다.
[자료=이용우 의원실] 2024.10.24 sheep@newspim.com |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400ℓ가 누출된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고발조치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수산회테트라메틸암모늄은 급성독성물질로 피부, 호흡기, 소화기계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이다.
올해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철강원료 제조업체 세아M&S에서는 지난 6월 7일 유해화학물질인 이산화황 가스 누출로 2천 여명이 대피하고, 작업자 1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음 달인 7월에도 폐가스 누출사고가 2회 더 발생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세아 M&S에도 화학사고 영향조사나 건강·환경영향 예비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화학물질취급사업장 집중안전점검 기간(매년실시)에 세아 M&S를 점검한 결과 특이사항이 미발견되었다는 답변만을 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 7월 1일 세아 M&S에 대한 특별감독을 통해 안전조치 불이행 등 12건의 사법처리와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의원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초기였다면 발생했다면 당연히 화학사고 영향조사가 실시됐을 사고에도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라며 "작업자는 물론이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화학사고에 대한 범위와 규정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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