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11월 금통위 결정에)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동행 기자단과 만나 "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와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26일(한국시간)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1389.2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2.20원을 터치했다.
G20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획재정부 동행기자단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G20재무장관회의 출장기자단] 2024.10.27 plum@newspim.com |
이 총재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하면 환율은 안정된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방이 끝나고 2주간 갑자기 미국 대선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금방 안 내릴 거라는 견해가 많이 커졌다"며 "강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계속될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11월 통방을 결정하는 게 이론에 부합해 보인다"며 "금통위원과 상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11일 열린 통방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한 것이다.
특히 금통위의 결정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한국 3.25%·미국 4.75∼5.00%)가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폭(2.0%포인트)에서 점차 축소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자제될 것이란 기대는 사라졌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이후로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에 대해 "지난달만 해도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환율이 절상된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 일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스트롱 달러, 상당한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아 달러 추세를 어떻게 볼지 점검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400원대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문에 1400원의 저항감이 크다"며 "지금 환율은 달러 강세와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너무 패닉 할 필요는 없지만 스피드가 너무 빠르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이후 통화정책 전환 방향과 관련해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재정 적자는 계속될 거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도 상당한 정도로 빨리 내리기는 어렵고, 연준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런 이유로 미국 선거가 반영돼 지난 2주 동안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서 연준이 25bp를 낮추더라도 강달러 추세가 쉽게 전환되지 않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G20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획재정부 동행기자단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G20재무장관회의 출장기자단] 2024.10.27 plum@newspim.com |
3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기 대비 0.1% 성장에 그치면서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2024년에 주는 영향은 이미 3분기까지 다 지났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미래를 보고 하는 거고, 이미 3분기까지 자료가 다 있기 때문에 2024년 자체는 통화정책을 하는 데 큰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분기 GDP 성장률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4분기 GDP가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성장 추세를 보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0%보다는 반드시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는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얼마인지 (한은의)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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