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현재 두 종류로 나뉘어진 의료사고 책임보험을 정부가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직접 지원하기 위해서다.
29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병원협회(병협)와 함께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료사고 책임보험·공제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의료계의 의료사고 책임보험 공제회는 민간 보험 또는 의협이 운영하는 '의료사고배상 공제'로 운영된다. 의료기관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보험사가 운영하는 민간보험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가 병원 규모에 따라 보험료를 제시하고 의료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면 보험회사에 의뢰한다. 만일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의료소송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반면 의사는 의료사고를 대비해 의협이 운영하는 공제회에 가입한다. 정해진 공제회비를 납부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해진 금액을 보상받는다. 예를 들어 최대 5억원 보상 시 연 보험료는 외과계 1200만원, 산부인과 1173만원, 내과계 120만원이다. 다만 의협 운영 공제회는 300병상 미만 병원급도 가입가능하다.
복지부의 2022년 3월 기준 의료사고배상공제 가입률은 병원급은 19%(813개), 의원급 34%(1만6033명)에 머물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보험·공제를 개발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의협과 병협을 만나 의료계를 대표하는 공제회를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제회는 법적으로 정부가 만들 수 없다"며 "의협과 병협을 만나 의료계 둘이 힘을 합쳐 대표할 수 있는 공제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아직 답변은 못 받았다"며 "11월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의협과 병협은 복지부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료사고 보험료 지원 비율이 관건이라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복지부는 내년도 필수의료과 전공의·전문의 대상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지원 비율을 연 보험료의 50%로 산정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보험료 지원 비율을 30%로 줄였다. 다만 국회 예산 논의 과정이 남아있어 지원 비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공제회 신설을 두고 의협 관계자는 "결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병협 관계자는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공식적으로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선 (신설) 공제회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장점은 박리다매 형태로 모수가 커지면 보험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단점에 대해 병협 관계자는 "정부가 얼마나 지원하고 보상 기준과 한계를 어디까지 설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그런데 복지부가) 하겠다고만 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없어 (설명을)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협과 병협뿐 아니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보험사도 의료계 관계자를 만나는 등 의료사고 책임보험·공제회 신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행 의료기관을 대상 의료사고 책임보험은 삼성화재가 주력하고 현대해상이 조력하는 방식이다. 다만 진료과에 따라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병협 관계자는 "보험사들도 어떤 보험사가 참여하는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얼마만큼 문을 여느냐에 따라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말지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협 관계자는 "(공제회가 신설되면) 정부 보험료 지원 비율이 30%냐 50%냐에 따라 보험 운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의료 환경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산정하는 등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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