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세계그룹이 1993년 창립 이후 31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남매 회장 시대를 열었다. 30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30일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 계열사 분리의 첫발을 뗐다.
2011년 이마트를 별도법인으로 인적분할면서 시작된 계열분리 작업이 공식화된 셈이다. 올해 3월 장남인 정용진 회장 승진에 이어 올해 정유경 총괄사장까지 '회장' 직함을 달면서 신세계그룹 내 '한지붕 두가족'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남매 독자경영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계열 분리에 따른 내부 지분정리와 계열분리 법적 절차 등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사진=신세계백화점] |
신세계그룹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인사에서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함께 이날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으로 계열 분리를 공식 선언한 신세계그룹은 남매 독자경영체제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에 승진한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오빠인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등을 맡게 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섹계그룹 회장(왼쪽),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예견된 수순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11년 계열분리 사전작업은 시작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정용진 회장에겐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에겐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기면서 '남매 경영구도'가 구축됐다.
얽혀 있던 남매의 계열사 지분구조도 이미 소된 상태다. 지난 2016년 남매간 주식교환으로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지분 9.8%,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지분 9.8% 교환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씩 추가 증여하면서 남매 독자경영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 지분 증여로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의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남매간 지분율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2021년에 정용진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있던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양도하면서 남매간 얽혀 있던 지분도 정리됐다. 광주신세계는 광주광역시에서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 계열사다.
현재 지분 정리가 남은 곳은 신세계의정부역사와 SSG닷컴이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가 지분 27.55%를,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건설이 지분 19.9%를 보유 중이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50.08%, 신세계가 지분 26.9%를 갖고 있는 구조다.
남매 독자 경영을 결정지을 변수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남은 지분 향방이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신세계] |
재계에서는 각각의 손자·손녀에게 그대로 상속·증여해 남매 독자경영 구도를 깨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세계그룹의 출발점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이 총괄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갖고 나와 굴지의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故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다. 이 총괄회장은 직접 일군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사업 전반을 장남인 정용진 회장에게 맡기고 자신이 삼성에서 물려받은 백화점은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승계하기로 결심한 것인 만큼 계열 분리를 위해서라도 지분 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남매간 완벽한 계열분리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계열 분리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절차까지 마치려면 최소 2년은 넘게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리틀 이명희'이란 수식어가 붙은 정유경 회장 앞에도 과제가 적지 않다. 정유경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모친인 이 총괄회장과 외부 노출을 꺼리는 것이 닮은 정유경 회장에게 '리틀 이명희'란 별칭이 붙여졌다.
정유경 회장은 오빠 정용진 회장과 같은 규모로 백화점 부문 몸집을 불려야 하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총 거래액 71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이마트 부문이 50조원, 백화점이 20조원가량의 거래액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 부문에서 많은 거래액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용진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쿠팡이 이끄는 이커머스가 고속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기점으로 삼는 이마트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급한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장자 승계원칙에서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켜 계열 분리하려는 것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기회를 준 것"이라면서 "남매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쇄신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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