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노동조합(노조)의 처우개선 목소리에 한달째 침묵하고 있다. 정당한 '시간 외 근무' 보상을 요구 중인 직원들은 대화마저 거부하는 행태에 연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초부터 금감원 및 금융위, 국회 등에서 업무 환경 개선 촉구 시위를 전개 중이다.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업무강도가 높아져 시간외 근무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단체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4.10.24 pangbin@newspim.com |
1999년 설립된 금감원 노조는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가입대상 직원 2432명 중 1760명이 가입한 교섭단체다. 감독 독립성을 위해 2002년 민주노총에서 탈퇴, 현재 개별노조로 운영중이다.
노조는 직원 권익을 위해 과거에도 활발한 행동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원장을 대상으로 현장 시위에 나선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현 금감원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심각한 수준까지 '퇴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 취임 첫해인 2022년 21만3200시간이었던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는 지난해 28만8000시간으로 1년만에 35%나 급증했다. 올해는 8월 기준 22만 시간으로 이런 추세라면 30만 시간을 넘을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근무강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임금은 후퇴하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21년 1억673만원이었던 평균 연봉은 2022년 1억1006만원, 2023년 1억1061만원 등 3년간 400만원 인상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예산안을 기준으로 한 올해 예상 평균 연봉은 1억298만원에 불과하다.
처우개선은 해결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금감원의 경우 금융위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인건비 등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 확대를 결정하기 어렵다. 예비비를 사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향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노조 역시 이런 복잡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무작정 처우개선을 압박하기 보다는 원장과 노조가 만나 현실적인 방안을 찾자는 입장이다. 이에 논의의 시작점이 될 면담을 요구했지만, 한달 가까이 회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이 크게 높아진 이유다.
정유석 금융위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이 원장과 다양한 현안 논의를 위해 종종 만났는데 이번 처우개선 면담 요구에는 아직 답변이 없다"며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37명. 이 원장이 취임 후 스스로 금감원을 떠난 직원들의 규모다. 국실장 등 팀장급 이상이 주로 퇴직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저연차(4~5급) 인재들이 떠나면서 조직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어떤 대안을 내놓든, 그 시작은 소통이다. 이 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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