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발 수출 악재와 고환율로 인해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상수지를 발표하는 한국은행은 수출 감소와 함께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수입이 늘며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7일 오전 '9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10월 수출도 상당 규모 흑자가 예상되며 올해만 보면 경상수지 규모가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은 내년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또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 경쟁력으로 전환돼 환율이 과거처럼 수출에 기여하는 게 크지 않으나 환율이 오르면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 수입이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국장은 "환율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환율이 수입 물가에 이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 전망에서 더 고려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
지난 9월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달러다. 이는 9월 기준 역대 3위에 기록에 해당한다. 지난 1~9월 경상수지 흑자는 646억4000만달러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730억달러를 예상했는데 10~12월 실적을 반영하면 당초 전망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내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제47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며 대선 때 내놓은 공약을 본격 추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공약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자국 중심 공급망 ▲무역수지 균형 등으로 수출 전선에는 악재다.
정용택 IB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무역 압박 정책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구성에서 상품 수지 흑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무역외수지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킹달러'로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점도 경상수지 흑자 전선에는 반갑지 않은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입 수요가 줄지 않을 경우 수입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출이 감소할 때 수입이 늘거나 혹은 변동이 없더라도 상품수지는 줄고 경상수지도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경상수지는 258억2900만달러로 2021년(852억2800만달러)과 비교해 69.6% 감소했다. 특히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같은 기간 757억3100만달러에서 156억2000만달러로 79.3%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뛰며 무역수지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 노믹스 2.0'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경기 회복력이 약화할 것은 분명하다"며 "글로벌 자국 이기주의가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리 및 환율 전쟁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을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앳킨슨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4.01.17 wonjc6@newspim.com |
한국은행은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해 오는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장은 "트럼프 공약은 통상·수출 여건에 부정적 영향이 커 보인다"며 "11월 전망에서 경상수지 규모와 성장· 수출 증가율에 얼마나 반영될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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