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치권에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키로 하면서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세액 공제와 같은 소극적인 지원 방식으로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고액 근로자에 속하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주52시간제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 R&D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이번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은 미국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세제 혜택이 아닌 직접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또 반도체 R&D 인력은 주52시간 예외 대상으로 지정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직접 보조금 지급과 노동 유연성 확보는 반도체 업계 오랜 숙원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보조금을 통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혜를 우려해 직접 보조금 지급에 주저해 왔다.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에 초점을 맞춰 금융 지원에 나서다 보니 순전히 기업들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당장 경기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지역에 모두 622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정부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다.
반도체업계는 미국처럼 직접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 여력을 마련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보조금 지급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도 지급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책정한 상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보조금 수혜 조건을 추가하거나 동아시아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주52시간제에 묶인 반도체 R&D 인력의 근무방식도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주52시간제에서 자유로운 노동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미국(연봉 10만7432달러 이상)이나 일본(연봉 1075만엔 이상) 등 주요 선진국은 일정 기준 이상 고연봉 임원이나 직원은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TSMC나 엔비디아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근로시간 규제에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강도 근무가 자유로웠던 점이 꼽힌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장시간 근로의 부작용 개선 등을 위한 52시간 근로 제도의 필요성도 있지만 직종이나 직군에 따른 구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근로소득 상위 3% 이내' 근로자의 주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한국형 고소득자 근로시간 제한 면제(white-collar exemption)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 특별법에서 업계가 요구했던 '반도체 R&D 시설·장비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조항은 빠졌다. 우
리나라의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15%, 연구개발은 30~40%로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반도체·제조시설 투자에 25%의 세액을 공제해 준다. 중국은 반도체 첨단기술 도입·적용 기업에 최대 10년간 50~100%의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 장려를 위해서는 경쟁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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