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 검찰이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EP) 자금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극우 성향 정당 국민연합(RN)의 원내대표 마린 르펜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30만 유로(약 4억4400만원)를 구형했다. 이와 함께 5년 동안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이런 피선거권 박탈이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효력이 발생하도록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 르펜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과 2022년 대선에 출마해 결선 투표에서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한 르펜 대표는 오는 2027년 대선에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심사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검찰은 르펜과 함께 기소된 24명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1년과 벌금형을 구형했다. 국민연합에는 벌금 200만 유로를 구형했다.
이날 파리형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르펜과 공범들의) 부정행위는 범위와 기간은 물론 조직적·자동적·체계적 특성으로도 전례가 없다"면서 "이들은 민주주의 방식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르펜 대표는 "검찰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나는 어떤 사소한 부정행위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프랑스 검찰이 국민연합을 파괴하려 한다"면서 "검찰의 의도는 프랑스 국민이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하순 시작됐다.
당시 유럽연합(EU) 부패방지국(OLAF)은 국민전선(FN·국민연합의 전신)의 르펜 대표와 당직자들과 관련된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국민전선 관계자들이 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 등으로 일하면서 급여 등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유럽의회 일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허위 고용'으로 유럽의회 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 행위에는 르펜 대표 등 국민전선 고위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도 했다.
이듬해 3월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자체 조사 결과 부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OLAF에 보고했고, 프랑스 법무부에 통보됐다.
르몽드는 "유럽의회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이런 조직적 횡령을 통해 국민전선이 총 680만 유로를 빼돌린 것으로 추산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럽의회는 2017년 르펜 대표에게 34만 유로를 상환하라고 요구했고, 르펜은 이를 거부하다 2023년에 33만 유로를 상환했다. 국민연합도 100만 유로를 상환하면서 "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에서 수사 의뢰를 받은 프랑스 검찰은 9년 간의 조사 끝에 작년 말 기소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 재판은 오는 27일 종료될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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