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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지리 과목 '기후변화'와 '도시의 미래'에 거는 기대

기사등록 : 2024-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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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남고 교사 윤신원

급변하는 시대, 다양해진 고교 선택 과목

인류의 역사상 이렇게 빠르게 변화한 시대가 있었을까? 기후변화가 몰고 오는 재난,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일자리 변화, 글로벌 팬데믹으로 달라진 생활양식, 전쟁이 가져온 불안과 국제질서 재편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소식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빠른 변화 속도와 복잡한 양상은 미래 예측을 어렵게 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역량을 길러줘야 할까? 매일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는 중등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며칠 전, 필자가 재직 중인 고등학교에서 중3 학부모 대상의 학교 설명회가 열렸다. 300석 규모의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님들은 2025년부터 실시되는 고교학점제와 변화하는 교육과정 및 입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 스스로 선택한 과목을 이수해 학점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고2부터는 개인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찾아가는 이동 수업이 확대된다. 무엇보다 선택 과목 수가 크게 늘고, 학기마다 과목이 바뀌는 학기제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고교 사회과 선택 과목은 기존의 12개에서 19개로 그 수가 증가한다.

이처럼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진로‧직업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은 저마다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 평균수명이 더욱 연장되는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는 폭넓은 경험과 소양이 필요하다.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 다양한 선택 과목이 학생들에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성남고 교사 윤신원

집단지성으로 탄생한 '기후변화'와 '도시의 미래' 과목

지리 교사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준비 단계부터 관심을 기울였다. 교사들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개정 준비 시기에 진행된 「포스트코로나 대비 미래지향적 사회교과군 교육과정 구성 방안 연구」의 설문 결과를 보면 지리 교사들의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사회에서 강조되어야 할 지리적 내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후 위기'(57.4%)가 1위를 차지했고, '지역별 문제 탐구'(29.3%), '공간 정의와 환경 정의'(28.5%)가 그 뒤를 이었다.

2021년 전국의 지리 교사 모임들의 연합체인 '지리교사 네트워크'는 교육과정의 실질적인 변화를 일구고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다. 토론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학계 및 교육과정 연구진에게 이를 전달하였다. 무엇보다 "삶과 연계된 지리교육을 희망하며, 생태시민, 세계시민, 지역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로컬 시민을 기르는 교과 내용으로의 변화"를 요청하였다. "이미 현장의 지리 교사들이 기후 위기 교육, 환경교육, 세계시민 교육, 마을 연계 교육 등을 펼치고 있으므로" 과감한 교육 내용의 혁신을 주장하였다.

열띤 토론을 거치며 지리교육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최종적으로 5개의 선택 과목이 교육부에 제안되어 교육과정 총론에 담기게 되었다. <세계시민과 지리>, <한국지리 탐구>, <도시의 미래 탐구>, <여행지리>,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교육에 충실한 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지리과 교육과정이 구체화 되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도시(지역) 탐구' 과목이 새롭게 탄생한 것은 사회적 요구 및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무척 반갑고 소중하다.

생태시민을 위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는 기후 위기를 다룬 사회과 융합선택 과목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적 논쟁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자연 현상이면서 동시에 사회‧경제‧정치적 현상과 맞물리므로 관계적 사고를 통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공간적 스케일에서 자연과 인문환경을 함께 다루며 인간과의 관계를 융합적으로 살피는 지리적 관점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목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실천적 과목이다.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지구촌의 상황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기후변화의 영향과 피해가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쟁적 사안들을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학생들 스스로 기후정의적 관점을 배운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생태전환을 모색하며, 국제 사회와 국가, 시민사회, 기업의 책임과 노력도 살펴본다. 특히 각각의 지역에서 맞닥뜨린 기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학생들 스스로 고민을 시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고민을 안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청년들은 현명한 생태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다.

정의로운 공간을 만드는 <도시의 미래 탐구>

도시는 인류의 대표적인 삶의 터전이면서 경제 성장과 혁신의 중심지이다. 한편 인구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의 미래 탐구>는 이처럼 복잡하고 역동적인 도시 공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과목이다. 도시 계획, 도시 행정, 사회복지, 문화콘텐츠와 마케팅, 건축, 정보통신기술, 교통, 부동산 등 도시를 무대로 펼쳐질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흥미롭고 의미 있는 과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도시의 미래 탐구>는 도시의 화려한 면을 강조하거나 내가 경험하지 못할 먼 미래를 그리는 과목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며, 우리의 실천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를 바라본다. 각각 개성 있는 모습으로 발전한 국내외 도시를 통해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누구를 위한 도시인지 질문을 던지며 포용력을 기른다. 도시 브랜딩, 도시 경제와 소비, 모빌리티와 스마트 도시, 도시의 환경 문제, 주거 문제 등을 주제로 변화하는 도시를 탐구하고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도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본다. 특히 도시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독창적으로 해결한 국내외 사례, 공공성을 높인 도시 정책과 삶의 변화를 살펴보며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공존의 가치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와 <도시의 미래 탐구>.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과목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를 위한 길이 따로 있지 않다고 여기고, '모두를 위한' 공존의 가치를 배운다는 점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통찰,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공감, 지역 문제에 대한 참여와 실천 등을 토대로 공존의 가치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태도를 길러주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이나 "~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로 접근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배울 때는 재난의 현장이나 변화하는 자연 속으로, 도시를 말할 때는 광장과 골목, 거리로 이끌며 가치‧태도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돕는다. 이것이 장소와 지역, 공간에 기반한 '지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리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복잡하게 얽힌 현실 세계에 대한 지리적 문해력과 공간적 문제해결력을 함양하며, 더불어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글로컬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도시의 미래 탐구>,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과목을 배운 학생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모두를 위한 도시', '지속가능한 세계'를 꿈꿔본다.

▲윤신원 교사는 = 서울 성남고등학교 교사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통합사회> 연구진으로 참여하였다.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장을 역임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2022』 편집 책임을 맡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도시여행, 생태‧환경, 평화‧통일 교육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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