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의 대출 규제와 경기 위축 등으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이 역대 최대치로 쌓이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시장에 급매물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집값의 하방 압력이 강해진 데다 내년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매도물량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9만 27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9만건을 넘은 것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저금리 정책과 공급부족 우려, 정비사업 규제완화 기대감 등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2021년에는 서울 아파트 매물이 4만건대를 오르내렸다. 주택경기가 주춤해진 이듬해에는 매물이 5만건 이어 6만건을 차례로 돌파했다. 2023년 들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매물은 7만건대로 올라섰다.
대출 규제, 집값 하락 등으로 관망세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최대치로 쌓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올해는 집값이 반등하는 상황에서도 매물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연초 처음으로 8만건대를 기록한 이후 7만건 안팎에서 움직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집값 하방 압박이 높아진 하반기에 더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시장에 매물이 쌓이는 이유는 거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매수 대기수요가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급매물 소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들이 매물 확대에 더 적극적인 상황이다. 집값이 추가 상승하기보단 조정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주택경기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처분시기가 빠를수록 유리한 것이다.
올해 서울지역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경기도와 인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날 기준 경기도는 아파트 매물이 16만8227건으로 집계돼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 13만8184건 대비 21.7% 증가한 수치다. 인천도 3만9257건이 쌓여 집계 이래 최대치로 늘었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망 개선으로 직장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젊은 수요층의 유입이 많았다. 하지만 대출 규제와 집값 하락 전망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며 매물 증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집값 상승으로 내년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늘어 매물 쌓이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 상승에 기대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늘면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을 보면 내년 공시가격을 인위적인 시세반영률 인상 없이 부동산 시세 변동만을 반영해 산정하기로 했다. 현실화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다.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최대 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를 보유한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1331만1446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958만8175원보다 38.8% 오른 수준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내년 보유세 추정치는 1408만원으로 올해 납부 추정액(1161만원)보다 21.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포역 주변 A공인중개소 실장은 "집값의 하락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하방 압력 등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내년 보유세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까지 하면 납부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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