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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배당킹(Dividend KIng)의 왕좌에서 물러난 뒤 절치부심하며 반전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3M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월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출시에 속도감을 더한, 경영 혁신의 성과는 최근 분기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는 회사가 다시 배당 증액에 나서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은행들은 3M의 목표가를 높여 잡고 있다.
1. 잃어버린 왕관
3M은 우리에게 포스트잇으로 친숙한 회사다. 다양한 사무용품과 산업재 및 안전용구를 생산한다.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안전용구 및 산업재 ▲운송 및 전자 기기 ▲소비재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안전용구 및 산업재 섹터의 매출이 회사 전체의 거의 절반(3분기 기준 46%)을 차지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64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왔던 왕족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헬스케어 사업부(솔벤텀, SOLV)의 분사와 함께 배당금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왕관을 내려 놓아야 했다. 분기 배당액은 1.51달러에서 0.70달러로 53.6% 쪼그라들었다.
3M의 최근 10년 배당수익률 및 분기 배당액 추이 [사진=koyfin] |
떨어져 나간 헬스케어 사업부의 매출이 회사 전체의 25%에 불과했음에도 배당금이 50% 넘게 삭감된 것은 적잖이 충격이었다. 경영진의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해도 안정적 수입(Income)을 노리고 3M 주식에 투자했던 이들의 당혹감이 컸다. 배당 삭감 가능성과 그에 따른 우려는 연초부터 주가를 압박해 3월 한때 연중(YTD) 낙폭이 15%에 달하기도 했다.
2. 잃어버린 6년
사실 회사의 성장세는 2017년을 정점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2021년 급신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2년간 매출은 더 급한 속도로 수축됐다. 이는 아래 차트의 12개월 누적 매출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기 매출의 경우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전년동기비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처럼 2018년~2023년은 3M에 `잃어버린 6년`과 다를 바 없다. 3M의 제품 구성이 제조업 경기에 유난히 민감한 탓도 있었지만 회사 특유의 기발함과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은 경영진에게 뼈아팠다. 시장 내에서는 효율성과 비용관리 저하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져갔다.
3M의 매출 추이 [사진=매크로트렌드] |
여기에 각종 송사가 더해졌다. 3M의 귀마개를 사용했던 퇴역 공군 비행사들이 청력 상실을 호소하며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가 생산한 과불화하합물(PFAS) 역시 수질오염 문제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3M의 PFAS는 여전히 미국내 20개 주 이상, 그리고 유럽의 6개 국가에서 집단소송이 진행중이다. 추가로 막대한 피해 보상금을 물어야 할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이는 3M의 주가가 2018년 1월 고점을 형성한 뒤 올해 초까지 6년간 긴 하락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S&P500의 토탈리턴이 250%에 달하는 동안 3M의 토탈리턴은 80%에도 못미치는 부진을 보였다.
3. 반전 스토리
주주들의 압박 속에 경영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회사는 올 들어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경영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마이크 로만을 대신해 CEO에 오른 윌리엄 브라운이 혁신을 이끌고 있다. 브라운은 방산업체 L3해리스 테크놀러지에서 대표로 일하며 발군의 경영 수완을 보여줬다. 지난 9월에는 다국적 엘리베이터 기업 오티스(OTIS)에 몸담았던 아누라그 마헤슈와리가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기용됐다. 마헤슈와리는 브라운 CEO와 함께 L3 해리스 등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3M의 기업 로고 [사진=블룸버그] |
이들의 혁신 전략은 크게 3개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고성장 영역의 혁신제품 개발에 투자를 강화하고 그 상업화 속도를 높여 신 제품 출시를 연간 10% 늘리기로 했다. 이는 회사의 지속 가능한 유기적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로 회사 운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려 마진 개선을 가속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이고 규율 잡힌 자본관리와 배치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회사는 R&D 부문에서 100명의 인력을 재비채해 자동차와 항공우주, 전자, 반도체 부문의 신제품 개발에 역점을 두는 한편 엔지니어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 제품의 출시 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고객 신뢰도 향상을 위해 *정시납품률(OTIF)도 강화했다.
*실제 3분기 OTIF는 연초 대비 5%포인트 높아져 89%를 기록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서서히 분기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초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던 3M의 주가 역시 실적 모멘텀의 반전 움직임에 힘입어 연중(YTD) 40% 넘는 상승률로 돌아섰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