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부장·부국장 = 다가오는 2025년. 올해 달력은 이제 한 장 남았다.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며 희망을 품어야 할 시기이지만 경영계의 연말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내년을 준비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상법 개정안 논의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복합위기 속에서 나자빠지게 생겼는데 이런 시기에 상법 개정안같이 경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법은 제발 멈춰줬으면 합니다." 한 경영계 인사의 말은 현재 상황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산업부장 겸 부국장). |
한국 경제는 지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 트럼프 2기 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등 매머드급 외부 충격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로 하향 조정하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성장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이런 상황은 매우 큰 어려움이자 도전의 과제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16개 대기업 사장단이 공동 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총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소송 리스크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사장단의 외침이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을 대신할 대안은 있는가. 기업들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도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한 경영계 인사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주가를 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대안이 있는데도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낮추게 되는 꼴"이라고 했다.
이제 국회(야당)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고 소송 리스크를 키우는 법안이라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 경제 주체인 기업의 재도약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완책 등 해답도 있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사안과 관련해 "기업계와 토론하겠다"라고 제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풀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남는다. 합리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회는 물론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불확실성을 넘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의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추진하는 신사업 발굴, 기술 혁신, 내수 활성화, 그리고 수출 경쟁력 회복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들은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각국이 첨단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지금이 골든타임임을 자각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경제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 경제의 DNA는 지금도 유효하다. 위기 극복의 선봉에는 늘 기업과 구성원들의 피나는 혁신의 노력이 있었다.
다가오는 2025년은 경제적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는 혁신 노력과 초정부적 협력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반발만 키우는 상법 개정안 논의보다는 신성장 동력과 첨단 산업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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