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검색기에 특정 날짜에 내린 강수량과 유사한 사례를 묻자, 조건에 맞는 결과값이 대화창 6개에 걸쳐 떴다. 20일 제주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검색기다. 음성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아이폰이 '시리'라고 부르면 검색을 준비하듯, 기상청의 AI 검색기도 '토끼'라는 단어에 반응한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활용하는 인공지능 검색기 [자료=기상청] |
AI 검색기는 기상청에서 예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 하는 노력 중 하나다. 기상청 소속 책임운영기관인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019년 인공지능 기상기술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립했다. 이듬해 인공지능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기상예측 ▲예보지원 ▲데이터 3개 분야에 대해 1단계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 과장은 "당시 소수의 인력과 제한된 전산자원으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가장 개발이 용이하고 파급성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한 결과 이러한 계획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로드맵대로 국립기상과학원은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한 AI 검색기를 지난 9월부터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보관들이 내부에 쌓인 기상정보를 보다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존에 사용하던 예보지원 시스템은 정보가 지나치게 방대하다 보니 검색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AI 검색기를 통해서는 특정 날짜의 위성 영상을 띄웠을 때, 과거 데이터에서 이 날과 가장 유사한 기상 환경을 찾아준 후 영상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몇 시간 이후의 강수지역과 강수량을 예측하는 모습 [사진=기상청] |
일기예보 예측도 가능하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초단기예보는 6시간 후까지 강수지역과 강수량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로써 폭염, 호우, 강풍에 대한 위험기상을 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부과제 13개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 35억원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기상청 소속 국가태풍센터에서도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태풍의 초기 단계에서 태풍의 눈이 잘 관측되지 않을 때 중심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추후에는 크기, 강도, 범위까지도 가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날씨 예측에 AI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상청만은 아니다. 구글과 딥마인드 등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날씨예보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도 자체 개발한 기상예보 AI가 1초도 안 돼 7일 치 예보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기상청은 예보관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은 결국 과거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학습해 결과를 내는데,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그 예보가 완전하지는 않다. 결국 다년간 경험을 쌓은 예보관들이 AI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가태풍센터 내부 모습 [사진=기상청] |
국내 기술은 기상당국 중에서도 선진 레벨에 속한다. 현재 해외 기상청 중에서는 유럽 중기 예보 센터(ECMWF)를 제외하고는 인공지능 예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곳이 없다. 현재 국립기상과학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굴지의 기업뿐 아니라, 국내 많은 연구기관·대학과도 연구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공지능 분야 특화연구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측은 기상은 공공재지만, 민간 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혜숙 과장은 "AI 모델은 학습할 때 많은 전산 자원이 들어가지만, 일단 학습하고 나면 수십 초 안에 계산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쓰기 좋다"며 "해당 모델이 개발된 후에는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기상청의 인공지능 연구는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국가들에서도 지원을 바란다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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