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통계청(청장 이형일)이 사회·경제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발표를 돌연 연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통계청은 5일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불과 3시간을 앞두고 심각한 통계 오류를 인지하고 발표 연기를 결정했다.
통계청은 이날 오전 9시14분경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에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도자료 중 수치 오류로 인해 보도계획을 변경하오니 배포된 보도자료는 사용하지 말아 주시고 폐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당초 이날 낮 12시 배포를 예정으로 오전 8시30분경 출입기자단에 자료가 모두 배포됐다. 배포 44분 만에 보도자료를 철회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 통계학과 교수는 "통계청이 확정된 통계 결과를 뒤늦게 수정한 일은 처음 들어 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정부청사 전경 [사진=뉴스핌DB] |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통계법에 따라 국민들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등을 통해 미시적 재무건전성을 파악해 사회와 금융관련 정책과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실시된다. 이렇게 생성된 자료는 국세청, 보건복지부, 한국신용정보원 등 13개 기관에서 활용한다.
특히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가구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등 경제상황과 지니계수, 소득 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소득분배지표를 가늠할 수 있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통계'로도 불린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2024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는 3분기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69배로 전년 동기 대비 0.14배포인트 증가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다.
따라서 이 배율이 작아질수록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5분위 배율이 2분기 연속 악화한 건 지난 2022년 2~3분기 이후로 2년 만으로 그동안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분기별 가구소득은 계절성 변동성이 크므로 이를 통한 소득 분배의 판단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로 평가해 왔다. 그런데, 이를 가늠할 통계 자료에 큰 오류가 생겼다는 건 큰 실수다.
이날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분배지표가 3분기와 같이 소폭 악화됐다"는 부분이 포함됐다. 통계청은 분배지표와 관련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에도 함께 통보된다. 그러나 취재 결과 통계청은 통계 오류 알림을 기재부에만 통보하고 한은, 금감원에는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오류가 생긴 것과 관련해 해당 과에서 언론대응설명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려고 한다"며 "해당 자료의 오류를 보정해 다시 재배포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