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당초 1.8조원을 들여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내년 예산안에 아직 반영이 안됐기 때문이다.
◆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지중화에 1.8조 투입 예정…정부가 절반 지원
정부는 지난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1조7000억원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약 1조8000억원)에 대해 정부가 절반 수준을 책임지기로 한 내용도 담겼다. 반도체 특별법과 연계해 기존 한국전력과 기업이 부담하던 지중화 사업을 정부가 함께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가 송전선로 지중화 지원 관련 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발표 당시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지중화 비용 중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전경 [사진=삼성전자] |
송전선로는 전기를 전달하는 통신선인데, 송전선로를 공중에 연결하지 않고 땅 속으로 묻는 방식이 지중화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 인프라 사업비 3조원 중 지중화 비용이 1조8000억원으로, 60% 가량을 차지한다.
그간 공장 가동을 위해 설치하는 송전탑은 주거환경 저해, 자연 경관 훼손 등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많은 반발을 사 왔다.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은 이와 같은 반대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를 끌고 오는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보상 문제 등이 제기돼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충돌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 지중화 작업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언급했다.
다만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은 철탑보다 수 배 많은 비용이 더 든다. 154kv 기준 철탑 건설 시 1기당 3~5억원이 드는데, 지중화는 1기당 10~15억원 수준이다. 2회선 기준 가공선로 비용의 10배 수준이 투입된다.
◆ 내년 예산안에 9000억 증액 필요…여야 갈등에 무산 가능성
그렇지만 야당이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깎은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관련 지원책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신영대)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2024.11.28 leehs@newspim.com |
송전선로 지중화 지원책은 지난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2025 예산안'에 포함돼 있지 않고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예산을 증액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는 관련 내용이 제외돼 있다.
지원책이 통과되기까지 남은 시일은 5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10일까지 여야와 정부가 예산안 관련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송전선로 지중화 지원책은) 정부 예산안에는 들어가 있지 않고,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필요성이 있으면 여야와 정부의 합의로 증액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10일까지 추가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업단지 건립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나 지역 주민 보상 등 난관이 많아 착공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큰 이점이 있다"라면서도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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